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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美 재무 “中, 기술 핵심 자원 수출 통제로 세계경제 약화 시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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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美 재무 “中, 기술 핵심 자원 수출 통제로 세계경제 약화 시도” 비판

"가장 큰 피해 보는 쪽은 中 자신...세계 무대에서 위상 악화시키고 있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하는 동안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하는 동안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세계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글로벌 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선트 장관은 14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희토류와 광물에 대한 중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이며, 자신들과 함께 다른 모든 국가를 끌어내리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려 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중국 자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은 경기 침체 혹은 불황의 한가운데 있으며 이를 수출 확대를 통해 벗어나려 하지만, 오히려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9일 성명에서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공급에 대한 대규모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특정 군사 용도를 직접 겨냥한 첫 사례로 미국은 F-35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과 스마트 폭탄 등 핵심 무기체계에 희토류 자석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취소 가능성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한국에서 시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전날 반등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날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장 초반 1% 가까이 하락한 뒤 0.16% 내린 6644.31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0.76% 하락 마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다시 불붙으면서 올해 초 시장을 뒤흔들었던 글로벌 무역 전쟁이 재발할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취할 대응책을 이미 마련했으며,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와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례 총회에서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 두 명은 “미국이 중국으로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수출 허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중국 내 반도체·인공지능(AI)·자동차 등 첨단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공급을 제한한 것을 “과도하고 불균형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FT는 또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를 보좌하는 최고 무역협상가 리청강이 이미 지난여름 워싱턴 측에 위협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는 FT에 “리청강은 8월 회의에서 최근 중국의 대응 조치와 유사한 공격적 입장을 예고했다”면서 “그는 ‘미국이 자신들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지옥 불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위협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시 주석,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 몰랐을 가능성”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다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해당 발표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 이어 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베이징 내부에서 재정부와 상무부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내부 갈등이 미·중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 측에 돌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최근 미국 상무부가 수천 개의 중국 기업과 자회사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린 조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미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단행한 것은 미국의 조치를 구실로 삼은 것일 뿐,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정책”이라면서 “9월 말에 도입한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복잡한 조치를 2주 만에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의 대화 거부 이후 공개적으로 베이징을 비판한 것은 중국 측의 무응답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 후 약 36시간 동안 우리는 대화 의사를 전달했지만, 그들은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고, 그제야 중국이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 관계자들은 주말 동안 ‘실질적 소통’을 이어간 뒤 13일 워싱턴에서 직접 회동했다. FT는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29일 한국 정상회담 전에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한 차례 더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