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전용 라인 첫 구축, 파운드리는 2나노 '하이-NA'로 승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앞두고 TSMC·SK하이닉스 추격 따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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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각) 대만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에 5대의 EUV 시스템을,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2대의 최신 하이 NA(High-NA) EUV 장비를 추가로 도입한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전용 장비에 약 1조 5000억 원, 하이 NA EUV 장비에 약 1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효율화'와 '전문화'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간 평택캠퍼스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 라인이 일부 EUV 장비를 함께 써왔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는 5대의 EUV 장비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전용 라인 구축으로 공정 전환 속도를 높여 수율을 극대화하고, 사업부 간 공정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6조원 투입…'전용 라인'으로 효율 극대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에 배정된 하이 NA EUV 장비 2대를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2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투입한다. 한 대는 기술 개발의 심장부인 화성캠퍼스에, 나머지 한 대는 북미 주요 고객사의 신규 대형 수주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배치될 전망이다. 이번 배치는 테슬라를 비롯해 AMD,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팹리스 고객사 확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이 장비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도입하는 ASML의 '트윈스캔 EXE:5200B' 장비는 기존 EUV 시스템보다 회로 패턴을 1.7배 더 미세하게 구현하고,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2.9배 높일 수 있다. 광학 정밀도 역시 40% 향상돼 더 높은 집적도와 전력 효율을 갖춘 고성능 칩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은 2나노 파운드리 공정뿐 아니라 차세대 D램인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개발과 HBM4, HBM4E 양산의 기반이 된다.
AI 시대 주도권 잡는다…'초미세 공정'으로 미래 선점
삼성의 공격적인 하이 NA EUV 도입은 지난 2년간 이어온 신중한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시장의 주력 기반 시설 공급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사적 전략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1.4나노 공정부터 이 장비를 도입할 계획인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보다 한발 앞서 양산용 장비를 확보해 제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인 HBM 시장 주도권과도 바로 연결된다. SK하이닉스가 HBM3E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삼성은 차세대 HBM4와 HBM4E 개발을 서둘러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삼성은 이미 11Gbps급 HBM4 샘플을 확보했으며, 차세대 HBM4E는 핀당 13Gbps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삼성의 전략은 더욱 뚜렷해진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이 2025년 하이 NA EUV를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도입하는 반면, 삼성은 2026년 양산 적용을 목표로 한다. TSMC의 도입 시점은 1.4나노 공정이 예정된 2026년 이후로, 양산 적용 시점에서는 삼성이 가장 앞선다. 메모리와 로직 공정의 융합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한 이른 양산 적용이 삼성의 핵심 강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업황 회복 대비를 넘어, 미래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전략적 승부수다. 파운드리와 메모리의 기술 기반을 통합해 AI 칩 고성능화를 함께 추진하고, 화성과 테일러로 생산 거점을 나눠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며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2nm 공정 기반 HBM4E, AI 전용 D램 등 차세대 제품군이 2026~2027년 삼성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