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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디펜스] 캐나다 잠수함 '12척' 수주전 격화…독일·노르웨이, TKMS '총력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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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디펜스] 캐나다 잠수함 '12척' 수주전 격화…독일·노르웨이, TKMS '총력 지원'

獨 TKMS, IPO 당일 장관과 오타와행…한화오션, 내주 APEC 계기 韓 방문 총리 맞이
'탈미국·친유럽' 캐나다, 산업 혜택·기술 이전 '저울질'…자원·안보 협력도 변수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의 HDW 212CD급 잠수함 모델.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사업을 두고 독일-노르웨이 연합의 TKMS와 한국 한화오션의 수주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TKMS는 기업공개(IPO) 당일 독일 국방장관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하며 총력 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TKMS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의 HDW 212CD급 잠수함 모델.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사업을 두고 독일-노르웨이 연합의 TKMS와 한국 한화오션의 수주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TKMS는 기업공개(IPO) 당일 독일 국방장관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하며 총력 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TKMS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독일과 노르웨이가 자국 기업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의 선정을 위해 국방장관까지 직접 나서는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토레 산드비크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의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최고경영자(CEO)와 동행해, 20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캐나다의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을 만나 자국 잠수함 도입을 설득했다.

이번 방문은 캐나다가 독일-노르웨이 잠수함 파트너십 합류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 파트너십은 TKMS의 U212CD 잠수함 조달을 핵심으로 하며, 독일은 2037년까지 6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TKMS는 모회사 티센크루프 AG에서 분사해 방문 당일인 이날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IPO)했다. TKMS의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행사 직후 "피스토리우스 장관과 함께 잠재적 수주 논의를 위해 즉시 오타와로 날아갈 것"이라고 발표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보였다.
앞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 8월, 북극 등 빙하 아래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최신 형식의 재래식 동력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이 사업의 최종 후보로 TKMS와 한국의 한화오션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카니 총리는 같은 달 독일 킬에 있는 TKMS 시설을 직접 방문했으며, 다음 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한화오션 사업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앞으로 1년 이내에 결정을 내릴 방침이며, 캐나다에 대한 산업 반대급부와 기술 이전을 중시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미국·친유럽'…안보·산업 협력 강화하는 캐나다


이번 수주전의 배경에는 변화하는 지정학 구도도 자리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과의 전통적인 파트너십에서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자, 독일에게 캐나다는 대서양 동맹국으로서의 전략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반대로 캐나다는 이번 사업을 발판 삼아 성장하는 유럽 방산 시장에 자국 산업이 진출하는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의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은 20일 저녁 오타와 주재 독일 대사관 리셉션에서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듯 "권위주의의 부상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까지,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은 신뢰와 강력한 파트너십, 공동의 목표 의식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는 2024년 해양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올해는 덴마크도 합류했다. 이들 국가는 주요 해저 인프라를 공동으로 보호하고 대잠수함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캐나다는 지난 6월 유럽연합(EU)과도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는 최소 1개 이상의 EU 회원국과 협력하면 EU의 SAFE 방산 조달 자금 지원 체계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잠수함 넘어 자원·방산 기술까지…다목적 협력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이번 캐나다 방문은 잠수함 수주 지원 외에도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을 다지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독일 방산업체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이에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캐나다 천연자원부의 팀 호지슨 장관과 만나 핵심 광물 협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 8월 이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으며,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유럽 수출 가능성도 논의한 바 있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1일 록히드 마틴 캐나다 지사도 방문한다. 록히드 마틴 캐나다 측은 "당초 캐나다 해군을 위해 설계된 CMS 330 '전투 관리 체계'를 중심으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체계는 함정의 센서와 여타 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핵심 장비다.

한편,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캐나다 방문 직전인 일요일 아이슬란드를 찾아 아이슬란드의 토르게르두르 카트린 군나르스도티르 외무장관과 군사 협력 증진에 관한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의향서에는 앞으로 독일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를 아이슬란드에 배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번 잠수함 계약은 한-독 방산 경쟁 구도를 넘어, 북미-유럽 간 전략 안보 동맹 강화, 자원과 기술 협력 확대, 그리고 캐나다 산업 성장 등 국제 정치와 산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