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g 초경량·4K 화질 '무한', M5칩 탑재 '비전 프로'와 정면 대결
70% 장악한 메타…삼성, '콘텐츠 약점' 극복이 최대 관건
70% 장악한 메타…삼성, '콘텐츠 약점' 극복이 최대 관건

삼성전자가 22일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무한(Moohan)'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맞서 애플은 신형 M5 칩을 넣은 '비전 프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기존 가격 그대로 선제적으로 출시, 정면 대응에 나섰다. 전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한 메타의 아성에 삼성과 애플이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면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가격, 편안함, 무게는 물론, 핵심 승부처인 콘텐츠 생태계와 보안 수준이 앞으로 시장 구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무한', 무게·화질은 애플 압도…가격은 낮춰
샘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 갤럭시 이벤트'에서 '무한'을 전격 공개한다.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XR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고성능 기기이자, 삼성·소니·퀄컴·구글 4개사의 기술 협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단연 하드웨어 성능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한'은 소니가 공급하는 4K 마이크로 OLED 패널을 장착해, 약 4032 PPI의 픽셀 밀도를 구현한다. 이는 애플 '비전 프로'(3391 PPI)를 웃도는 수치다.
또한 '무한'은 손, 눈, 음성 인식은 물론 두 개의 컨트롤러를 함께 제공한다. 이를 위해 4대의 전면 카메라와 2대의 하단 카메라가 손동작을 추적하고, 4개의 내부 카메라가 눈을 추적하며, 4개의 마이크가 음성 명령을 인식한다. 배터리 수명은 일반 사용 시 약 2시간, 동영상 재생 시 2.5시간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도 관전 포인트다. 분석가들은 '무한'의 가격을 250만~400만 원(1750~2800달러) 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애플 '비전 프로'의 소매가(3499달러)보다 낮은 가격대다. 반면 애플이 내놓은 M5 칩 탑재 '비전 프로' 신모델은 향상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 최대 2.5시간(동영상 재생 시 3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하며 기존 입지 수성에 나섰다.
승부처는 '콘텐츠'…메타 70% 독주 체제 넘어야
하드웨어 경쟁 못지않게 치열한 분야는 콘텐츠 생태계다. 애플 '비전 프로'는 현재 100만 개 이상의 앱을 지원하며, 이 중 3000개 이상은 전용 OS(visionOS)에 최적화됐다. 반면 삼성 '무한'의 콘텐츠 생태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삼성은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네이버와 구글 협력으로 콘텐츠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과거 삼성이 '기어 VR', '오디세이+' 등을 선보였으나 하드웨어 한계와 높은 가격, 콘텐츠 부족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전례가 있어, '무한'이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XR 시장은 메타가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2025년 1분기 기준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소니·피코·엑스리얼·DPVR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삼성의 본격 참전으로 메타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시장은 단순한 소비자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에 따르면 토요타는 차량 설계와 생산에, 메르세데스-벤츠는 엔지니어링 협업과 원격 지원에 XR을 활용한다. KIET는 전 세계 XR 시장 규모가 2024년 404억 달러(약 57조 원)에서 2029년 620억 달러(약 88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분석가들은 삼성이 '무한'을 성공시키기 위해 하드웨어 성능과 경량화로 이룬 착용감 개선, 가격 경쟁력 확보 외에도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멀티모달 AI 기능 등으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산업연구원(KIET)은 XR 콘텐츠 제작이 여전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예측 불가능한 사용자 경험이 성장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급부상하는 생성형 AI, 즉 AI 기술과의 융합은 콘텐츠 제작 속도를 높이고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줄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