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공장용 로봇 설치 10년 새 2배 증가…아시아 74% ‘압도적’

글로벌이코노믹

공장용 로봇 설치 10년 새 2배 증가…아시아 74% ‘압도적’

중국 연 29만 대 설치로 세계 54% 점유…한국은 3만600대로 4위 유지
2025년 글로벌 설치 6% 증가 전망…2028년 70만 대 돌파 예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에 있는 BMW 제조 시설에서 자율 로봇이 X모델 SUV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에 있는 BMW 제조 시설에서 자율 로봇이 X모델 SUV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제조업 현장에서 산업용 로봇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2025 세계로봇공학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4만2000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28일(현지 시각) IT 전문매체 올 어바웃 인더스트리스가 보도했다.

이토 다카유키 IFR 회장은 "2024년 설치량은 조사 시작 이후 둘째로 높은 수치로, 2년 전 최고치보다 불과 2% 낮은 수준"이라면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확산으로 로봇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466만4000대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74%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세계 시장을 주도했고, 유럽이 16%로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독주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29만5000대를 설치하며 전 세계 시장의 54%를 장악했다. 이는 단일 국가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더 주목할 점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처음으로 해외 공급업체보다 자국산 로봇을 더 많이 구매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산 로봇의 시장 점유율은 57%로 상승했는데, 이는 10년 전 2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성장이다. 중국의 가동 로봇 수도 200만 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신기록을 경신했다. IFR은 중국 제조업이 2028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4만4500대를 설치하며 세계 2위 자리를 지켰다. 전년 대비 4% 소폭 감소했지만 가동 로봇 수는 45만500대로 3% 늘었다. IFR은 일본의 로봇 수요가 올해와 향후 몇 년간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3만600대를 설치해 3% 감소했지만 미국·일본·중국에 이어 세계 4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2019년 이후 연간 3만1000대 안팎을 꾸준히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인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인도는 9100대를 설치하며 7%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이 45%의 점유율로 가장 강력한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설치량 기준으로 인도는 세계 6위에 올라 독일을 한 계단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유럽은 8만5000대가 설치돼 전년보다 8% 줄었지만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실적을 냈다. 전체 설치량의 80%인 6만7800대가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집중됐다. 유럽은 특히 니어쇼어링(인근 지역 생산기지 이전) 추세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씩 성장했다.

독일은 2만7000대로 유럽 최대 시장이자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실적을 낸 2023년에 이어 5% 감소했지만 조사 시작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독일은 유럽 전체 설치량의 32%를 차지한다. 이탈리아는 8800대로 16% 줄어 2위를 지켰고, 자동차 산업 수요가 강한 스페인이 5100대로 3위에 올라 프랑스를 제쳤다. 프랑스는 4900대로 24% 급감하며 4위로 내려앉았다.

영국은 2500대에 그쳐 35%나 줄었다. 2023년 1분기에 종료된 '슈퍼 공제' 세금 혜택 프로그램으로 전년에 3800대라는 일회성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영국은 세계 19위에 머물렀다.

미주 지역은 5만100대로 4년 연속 5만 대를 넘겼다. 전년보다 10% 감소했지만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3만4200대로 9% 줄었지만 지역 내 68%를 차지하며 최대 시장 지위를 지켰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체가 소수에 불과해 로봇 대부분을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하지만,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구현하는 시스템 통합 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는 5600대로 4% 감소했다. 자동차 산업이 63%를 차지하며 가장 중요한 수요처로 남아있다. 캐나다는 3800대로 12% 줄었는데, 캐나다 시장의 47%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투자 주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IFR은 올해 세계 로봇 설치량이 6% 증가한 57만5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3.0%, 내년은 2.9~3.1%로 예상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동유럽·중동의 무력 충돌, 무역 차질 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로봇산업의 장기 성장 추세가 꺾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IFR은 2028년까지 연간 설치량이 7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