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업 협력은 '기업 주도·보증 병행' 방식으로 수용
이미지 확대보기투자 방식의 전환, 한국 기업이 주도권 확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명명된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협력 투자에 대해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우리 기업의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가 '우리 기업' 주도로 현금과 정부 보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투자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이 1500억 달러를 포함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가 모두 현금성 투자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세부 합의에서 조선업 협력 투자에 한해 정부 보증분을 인정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31일 합의된 마스가 펀드는 우리 기업이 미국이 원하는 곳에 투자해야 해 부담되는 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세부 합의에서는 우리 기업이 프로젝트를 정해 투자 의향을 밝히면 미국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방식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와 관련해 "신규 선박 건조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 우리의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자평했다. 통상 배를 주문하는 선사는 건조할 배를 담보로 삼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배를 만드는 조선사에 선박 대금을 준다. 마스가용 1500억 달러로 이런 선박 금융이 가능해지면서 외환시장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선사로부터 선박 수주를 따낼 경우,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이 결국 우리 조선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발주, 한국 수주 구조가 만들어져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 중인 한화그룹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확장이나 HD현대가 도전하는 헌팅턴 잉걸스와의 군함 공동 건조 프로젝트 등이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올해 추가로 7000만 달러(약 999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날개 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우리(한·미)는 매우 특별한 관계와 유대를 가지고 있고, 조선업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세계 1위였지만 지금은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번창하는 조선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한국과 정말 많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선박 수주액은 136억 달러로 중국(126억 달러)을 앞섰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세계 선박 시장에서 '보상총톤수(CGT)' 기준 17~18% 점유율을 차지해 중국(70%)에 이어 2위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제 조선산업을 낯설어하는 미국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이 대미 조선업 투자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것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조선업의 시장 규모는 391억153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조선업 부흥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조선업의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5.5%씩 성장해 511억374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