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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국제유가 배럴당 35달러까지 폭락 가능성…사상 최대 공급 과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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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국제유가 배럴당 35달러까지 폭락 가능성…사상 최대 공급 과잉 경고

세계은행·IEA, 하루 400만 배럴 초과공급 전망…미중 무역합의도 구조 바꾸지 못해
세계 석유시장이 내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과잉에 직면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석유시장이 내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과잉에 직면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지=GPT4o
세계 석유시장이 내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과잉에 직면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49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마켓워치가 지난달 30(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은행그룹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원자재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바탕으로 2026년 전 세계 석유 공급 과잉이 하루 평균 4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감했던 2020년 공급 과잉보다 65% 많은 수준이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공동 편집자 타일러 리치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에 예상되는 대규모 실물시장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1년 이내 배럴당 30달러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난달 30일 전망했다. WTI 유가가 35달러 이하로 마감한 것은 지난해 528일 이후 처음이다.

OPEC+ 증산과 미국 생산량 기록 경신이 공급 과잉 가속


공급 과잉의 주요 원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동맹국으로 이루어진 OPEC+ 연합의 생산 증가다. OPEC+는 지난 4월부터 매달 하루 137000배럴씩 생산량을 늘려왔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여기에 미국의 석유 생산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24일로 끝난 주 동안 미국 석유 생산량은 하루 13644000배럴을 기록해 1983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EIA는 미국 원유 생산이 올해와 내년 모두 하루 평균 13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300만 배럴 증가해 161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하루 240만 배럴이 추가로 늘어 1850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다.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 등 OPEC+ 밖 산유국들도 생산을 늘리면서 공급 증가 흐름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급증으로 석유 수요 정체


공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수요는 정체 상태다. IEA는 올해와 내년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을 각각 하루 71만 배럴, 70만 배럴로 전망했다. 이는 역사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가 두드러진다. IEA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총 석유 수요는 하루 7만 배럴, 0.4%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차이나페트롤리엄(CNPC)의 연구 기관은 지난 4월 발표한 연례 전망에서 중국의 수송용 연료 수요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중국석유화학공사(씨노펙) 경제개발연구소는 올 하반기 중국의 휘발유 소비가 8000만 톤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00만 톤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합의도 시장 구조 바꾸지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대중 관세 인하를 포함하는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기존 57%에서 47%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석유 공급 과잉 문제를 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일러 리치는 "이번 합의가 현재 거시경제 배경에 점진적으로 긍정적이지만 2026년 공급이나 수요 전망을 실제로 바꾸지는 못했다""대규모 실물시장 공급 과잉 전망은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씨아이비씨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에너지 트레이더는 "관세 해결이 일부 수요 우려를 덜고 전 세계 석유 소비에 소폭 상승을 가져올 수 있지만 예상되는 공급 과잉을 고려하면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리치는 "지속 가능한 석유시장 반등이 나타나려면 지정학 긴장 고조로 인한 공급 충격이나 미국과 전 세계 소비자 수요 전망을 끌어올리는 경제 성장의 급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배럴당 평균 68달러에서 내년 6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3012월 인도분 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60달러 57센트에 거래를 마쳤으며, 올해 들어 15.6% 하락했다. 같은 날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물은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5달러에 마감했다.

월가 분석가 대부분은 2026년 공급 과잉 규모를 하루 150~250만 배럴로 전망하고 있어, IEA와 세계은행의 400만 배럴 전망은 상한선에 해당한다. 바빈은 "이러한 대규모 공급 과잉이 실현된다면 WTI가 배럴당 50달러 초반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