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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지 금기 깨다… 삼양식품, ‘삼양라면 1963’으로 36년 만의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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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지 금기 깨다… 삼양식품, ‘삼양라면 1963’으로 36년 만의 한풀이

36년 만에 우지 유탕 ‘삼양 1963’ 출시… 정통성 복원 선언
우지액상스프로 국물 강화, 내수 안착 후 전용 스펙 맞춰 수출 추진
한국투자증권 목표주가 200만 원 상향… 가격 정책·수출로 2026년 성장 전망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신제품 ‘삼양1963’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이미지 확대보기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신제품 ‘삼양1963’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36년 만에 정직과 진심으로 제자리를 찾는 상징적 순간입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3일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 1963’ 출시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회사는 한때 상상 못 할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K-푸드의 상징으로 성장했다”며 “사필귀정이다. 개인적으로도 창업주(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한을 조금은 풀었다는 점에서 가슴속에 울림이 크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우지(소기름) 유탕 라면 ‘삼양 1963’을 공개하며 정통성 복원을 선언했다. 발표회는 1963년 한국 최초 라면의 출발점이자 ‘공업용 우지’ 논란의 기억이 겹치는 남대문 인근에서 열렸다.
삼양식품 ‘삼양 1963’ 출시회 현장. 김정수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출시 배경과 전략을 설명했다. 사진=황효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양식품 ‘삼양 1963’ 출시회 현장. 김정수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출시 배경과 전략을 설명했다. 사진=황효주 기자


익명의 투서 한 장에서 시작된 ‘우지 파동’은 1989년 삼양식품이 면을 튀길 때 쓰던 기름을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삼양식품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여론은 “우지는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굳었다. 결과적으로 라면 시장이 식물성유인 팜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급격히 전환됐고, 삼양은 점유율 급락과 이미지 훼손이라는 큰 후폭풍을 겪었다.

이후 우지는 국내 라면에서 사실상 금기 재료로 분류돼 왔다. 이번 ‘삼양 1963’은 우지의 오명을 씻기 위한 시도다. 새롭게 출시된 ‘삼양1963’은 삼양식품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미식 라면이다. 과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깊은 맛을 한층 높여 차별화된 풍미를 구현했다.

출시 배경에 대해 김 부회장은 “누구의 독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지 라면을 다시 만들자’는 내부의 오랜 열망이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닭으로 글로벌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 ‘우지’ 이야기를 정면에서 꺼낼 때가 됐다는 에너지가 모였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라면은 원가에 민감한 제품이지만 이번만큼은 가격보다 ‘정말 맛있는 라면’을 만들기로 했다.”며 “맛있고 품질 좋고 영양가 있는 제품을 내고자 하다 보니 좋은 재료를 많이 썼고, 원가가 올라갔다. 그래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이번 신제품에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황금 비율로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더불어 액상스프와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해 원재료의 풍미를 더욱 살렸다. 사골육수로 면에서 우러나온 우지의 풍미를 높여 깊은 맛을 더하고 무와 대파, 청양고추로 깔끔한 뒷맛과 얼큰함을 강조한 국물을 완성했다.

조리된 ‘삼양 1963’ 라면. 진한 국물과 탱탱한 면발이 특징이다. 사진=황효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조리된 ‘삼양 1963’ 라면. 진한 국물과 탱탱한 면발이 특징이다. 사진=황효주 기자


현장 시식에서 ‘삼양 1963’은 맵고 칼칼한 첫맛이 즉각적으로 느껴졌다. 청양고추가 매운맛을 잡아주고, 우지 특유의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국물은 진하지만 끝맛이 깔끔했다. 익숙한 라면 맛에 깊이를 더한 인상이다.

주요 타깃은 ‘제대로 만든 라면’을 찾는 2030 세대와 우지라면의 기억이 있는 50대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1봉지당 1538원, 4입 6150원으로 프리미엄 라면급으로 책정 됐다. 삼양식품은 팝업·대규모 시식 등 경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수출에 관한 의지도 드러냈다. 채혜영 삼양브랜드부문장은 “수출 시점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당연히 수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내수 안착 후 국가별 라벨·성분 등 전용 스펙을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시장도 우호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31일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18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했다. 미국 관세 대응을 위한 가격 정책, 생산능력 안정화, 수출 물량 증가를 근거로 2026년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