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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기니 철광석 광산 30년 만에 가동..."톤당 85달러 폭락" 전망에 철강업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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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기니 철광석 광산 30년 만에 가동..."톤당 85달러 폭락" 전망에 철강업계 긴장

中 75% 장악 기니 시만두 광산 30억 톤 규모...연 1억2000만 톤 쏟아지면 호주·브라질 독점 무너져
서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 철광석 광산이 30년 만에 가동하면서 세계 철광석 시장에 구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서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 철광석 광산이 30년 만에 가동하면서 세계 철광석 시장에 구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이미지=GPT-4o
서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 철광석 광산이 30년 만에 가동하면서 세계 철광석 시장에 구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 시각) 최소 30억 톤 규모로 보이는 시만두 광산의 첫 선적이 이번 달 시작돼 올해 말 중국으로 출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30억 달러(약 32조9000억 원)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역사상 최대 광산 개발 사업으로,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호주와 브라질에 기댄 철광석 공급망을 다양하게 만들려는 전략의 핵심축으로 보인다.

30년 숙원 이뤄...세계 최대 미개발 철광석 광산 가동


시만두 광산은 1950년대 기니가 프랑스 식민지였을 때부터 탐사를 시작했다. 리오틴토 그룹의 지질학자 시디키 코네는 1998년 4월 모리바두 마을을 떠나 기니 고원지대를 6시간 동안 걸으며 이 광산을 탐사했다고 돌아봤다.

리오틴토는 1997년 이 광산 탐사권을 얻었으나 기니의 군사 쿠데타, 부패 스캔들, 기업 간 다툼 때문에 개발이 늦어졌다. 지난달 새로 지은 철도가 광석을 항구까지 나르기 시작하면서 본격 가동 단계에 들어갔다.

시만두 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은 최소 30억 톤으로 본다. 리오틴토는 8㎞ 길이 산등성이에서 캐내기 시작해 첫 번째 지역이 비면 두 번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다. 광산에서 캐낸 철광석의 평균 철 함량은 65%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중국 기업들이 75% 장악…베이징의 전략 승리


한때 전체 광산 개발권을 쥐었던 리오틴토는 지금 25% 지분만 갖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리오틴토의 최대주주도 시만두 프로젝트 중국 측 합작 파트너인 중국알루미늄공사(Chinalco)다.

시만두 광산은 4개 블록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블록 3과 4는 리오틴토와 중국알루미늄공사가 각각 45.05%, 39.95%를 가진 심퍼(Simfer) 컨소시엄이 개발하고 있으며, 기니 정부가 15% 지분을 갖고 있다. 블록 1과 2는 싱가포르 위닝 인터내셔널 그룹(45%), 중국 훙차오 그룹(35%), 기니 물류 기업(20%)으로 이뤄진 위닝 컨소시엄 시만두(WCS)가 개발 중이다.

지난해 중국 국영 철강업체인 바오우 스틸그룹이 WCS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바오우 스틸은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시만두 프로젝트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 가격 톤당 85달러까지 급락 전망


첫 화물선은 이번 달 철광석을 싣기 시작해 올해 말 기니를 떠날 예정이다. 뉴캐슬맥스급 화물선에 약 20만 톤을 실어 중국으로 향한다. 리오틴토는 앞으로 30개월에 걸쳐 연간 생산량을 600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며, WCS도 같은 수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양쪽을 합치면 연간 1억2000만 톤으로,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약 5%에 이르고, 글로벌 연간 해상 교역량의 약 7.5%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광산업계에서는 시만두 광산이 앞으로 30개월 동안 완전하게 가동하면 철광석 가격이 톤당 85달러(약 12만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팬뮤어 리버럼의 톰 프라이스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중국이 바닷길 철광석 거래에서 이처럼 높은 가격 힘을 가진 적이 없었다"면서 "중국이 가격 주도권을 쥐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브라질 독점체제 흔들릴 듯


시만두 광산의 본격 가동으로 호주와 브라질의 철광석 시장 독점체제에 금이 갈 전망이다. 그동안 세계 철광석 생산은 리오틴토, BHP그룹, 브라질 발레(Vale) 같은 몇몇 기업이 쥐고 있었다.

중국은 전 세계 바닷길 철광석 수입의 70%가 넘는 양을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지만, 그동안 호주와 브라질에 기대는 정도가 높아 가격 협상력이 약했다. 시만두 프로젝트는 중국이 공급망의 약한 부분을 전략 강점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철광석 거래업체인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은 지난 9월 BHP가 경쟁사들이 주는 할인을 거부하자 철강 공장들에 BHP한테서 미국 달러 표시 철광석 사는 것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중국이 가격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

고품질 철광석으로 탈탄소 제강 전환 빨라질 듯


시만두 광산 철광석은 평균 65% 이상 철 함량을 자랑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품질로 꼽힌다. 이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철강업계에 중요한 뜻을 갖는다.

고품질 철광석은 전기로(EAF)에 알맞은데, 전기로는 기존 용광로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 중국이 탄소중립을 밀어붙이고 고철 재활용을 늘리면서 고품질 철광석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5년 철광석 가격이 톤당 75~120달러(약 10만~17만 원) 사이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드 매켄지는 2025년 평균 가격을 톤당 99달러(약 14만1500원)로, BMI는 100달러(약 14만3000원)로 내다봤다.

다만 기니의 정치 불안정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기니는 군사정부가 다스리고 있으며, 요즘 천연자원 관리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외국 투자자들과 다툼을 겪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 주목…바오우, 포스코 호주 프로젝트에도 참여


시만두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중국 바오우 스틸그룹은 한국 포스코와도 호주에서 협력하고 있다. 철광석 시장 분석업체 빅민트(BigMint)에 따르면 바오우는 시만두 WCS와 심퍼의 주요 주주인 동시에 호주 서부 온슬로(Onslow) 프로젝트에서 미네랄 리소시스, 포스코와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온슬로 프로젝트는 연간 3500만 톤 규모다.

포스코는 고품질 철광석을 활용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31일 BHP와 수소 기반 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렉스는 기존 직접환원철(DRI) 방식과 달리 미분 철광석을 바로 쓸 수 있어 효율이 높다. 포스코는 포항에 연간 30만 톤 규모 실증 플랜트를 짓고 있으며, 2028년 초에 가동할 예정이다.
시만두 철광석의 평균 철 함량 65% 이상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친환경 제철 공정에 알맞다. 고품질 철광석은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에서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