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5%까지 확대해 NATO 목표 초과 추진…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 군비 증강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 메일은 8일(현지시간) 카니 정부가 첫 예산안에서 향후 5년간 840억 캐나다 달러 국방비 증액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증액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권고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넘어 2035년까지 3.5%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국방 투자
데이비드 페리 캐나다글로벌문제연구소장은 이번 국방비 증액이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단기 투자라고 평가했다. 2025~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전년 345억 캐나다 달러(약 35조 8300억 원)에서 480억 캐나다 달러(약 45조 8500억 원)로 38% 급증한다.
증액 예산은 군인 급여 인상에 25%가 배정됐다. 하위 계급은 20%, 부사관과 하급 장교는 13%, 고위 장교는 8% 인상된다. 웨인 아이어 전 캐나다 국방참모총장은 "우리는 몇 세대 동안 국방비가 부족했다"며 "이런 투자를 현역 시절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비 구매에는 5년간 180억 캐나다 달러(약 18조 6900억 원)가 투입된다.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대함 미사일 체계가 우선 대상이다. 라트비아 주둔 캐나다군을 위한 대드론 장비, 각종 장갑차량 구매도 포함됐다. 라트비아 파견 작전에는 3년간 27억 캐나다 달러(약 2조 8000억 원)가 배정됐다.
한화오션·독일 TKMS 2파전…조기 납품이 승부처
주목되는 대목은 잠수함 구매 예산이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3000톤급 잠수함 최대 12척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척당 20억 캐나다 달러(약 2조 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예산을 향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지난 8월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최종 후보에 올렸다. 프랑스 나발 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방산업체들을 모두 탈락시킨 결과다. 잠수함 건조비만 240억 캐나다 달러(약 24조 6000억 원)이며, 30년간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하면 600억 캐나다 달러(약 61조 원)를 넘는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장치를 동시에 탑재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 항속 거리를 갖췄다.
카니 총리는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둘러볼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총장도 같은 곳을 방문해 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했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 시 2035년까지 4척을 조기 인도하겠다고 제안했다. 업계 관행인 9년 이상 소요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2043년까지 12척 전체를 완성한다는 일정안도 제출했다.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은 "적시성, 상호운용성, 북극 같은 캐나다 우선순위 활용, 캐나다에 돌아올 산업 혜택이 선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전력 노후화·인력 부족 심각
캐나다 국방비 증액은 심각한 전력 노후화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2023년 외부 검토 보고서는 캐나다 CF-18 전투기 부대가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조종사 교관들의 높은 이탈률, 정비 기술자 부족으로 동맹국에 대한 국방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진단이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협회연구소는 NATO 회원국들이 30일 이상 탄약을 보유해야 하지만 캐나다는 며칠 분량만 있다고 증언했다. 요우리 코르미에 당시 연구소 소장은 "캐나다가 대규모 작전에 참여할 경우 캐나다군의 58%만 대응할 수 있고, 장비의 45%는 현재 사용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빌 블레어 당시 국방장관은 2024년 이 위기가 캐나다군의 '죽음의 소용돌이'를 뜻한다고 진단했다.
예산안은 인프라와 능력 유지에 4년간 190억 캐나다 달러(약 19조 7300억 원)를 배정했다. 안드레아 채론 매니토바대 국방안보연구센터 소장은 "많은 기지가 1950년대에 지어져 낡은 상수도, 하수도, 전기 인프라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국 군수산업 육성에 66억 캐나다 달러 투입
카니 총리는 국방비 증액을 경제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캐나다를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다"며 "최첨단 미래 산업을 구축할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맥귄티 국방장관은 조달 예산의 70% 이상이 미국 군수 물자에 지출되고 있다며, 카니 정부가 이 돈을 국내에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전기, 철강, 알루미늄,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췄다"며 "현재 600개인 방산 업체를 확장할 기회"라고 말했다.
예산안은 5년간 66억 캐나다 달러(약 6조 8500억 원)를 투입해 국내 군수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계획을 담았다. 북극 인프라에는 10억 캐나다 달러(약 1조 원)가 배정됐다. 조달 지연과 비용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립 국방조달청 설립도 포함됐다.
카니 총리는 지난 6월 GDP 대비 2% NATO 목표 달성을 위해 연간 90억 캐나다 달러(약 9조 38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35년까지 GDP 대비 3.5%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300억~400억 캐나다 달러(약 31조~41조 5400억 원)가 더 필요하다.
필립 라가세 칼턴대 부교수는 "힘든 일은 힘들고, 국방에서 힘든 일은 두 배로 힘들다"며 "하지만 다음 단계는 그저 시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방조달청이 구매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 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국방 증액 계획 좌초 전례…정치 의지가 관건
전문가들은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국방비 증액 의지가 꺾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NATO 회원국들은 2029년 증액된 목표를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멀루니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페린 비티는 1987년 핵추진 잠수함 함대를 포함한 대규모 군 재건 계획을 제안했지만 몇 년 안에 좌초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평화주의 단체들의 반대 때문에 무산된 것이 아니었다"며 "돈을 쓰기 싫어한 재무부가 뒤에서 반대해 계획이 좌초됐다"고 말했다.
비티 전 장관은 "이것은 당시 핵심 문제였고 지금도 핵심 문제"라며 "우리가 주권 국가라고 주장할 때 그 말을 진심으로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