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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 협의체 가동에도 1470원대… 환율, 美금리·엔저·증시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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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 협의체 가동에도 1470원대… 환율, 美금리·엔저·증시 ‘3중고’

달러화 강보합권 움직임
엔화 약세 뒤따르는 원화
'서학개미 증가' 구조적 문제 지적
정부, '큰손' 국민연금 운용 조절 카드
"미래 세대 위해 수익성 높여야" 반대 의견도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등이 외환시장 안정 4자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147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불확실성과 엔저 동조화가 고환율을 압박하는 재료로 주목됐다.

대내적으로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 유출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큰 만큼, 정부는 연금 운용 방식을 조절해 환율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래 세대의 연금이 될 수입원을 남용한다고 지적했다.

25일 금융권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75.2원으로 출발해 1472.4원에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00을 돌파, 이날 100.196선을 유지했다. 달러인덱스 100 이상은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
이 같은 달러의 강보합권 움직임은 원·달러 환율 몸값을 키우는 재료로 작용했다.

이는 미 기준금리 불확실성 등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는 관측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의 비둘기적 발언으로 약세 압력을 받기도 했으나 연준의 정책 방향을 지켜보려는 관망 기조의 강화로 보합권 내 제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전날 기준 91.7%로, 1주일 전(50.1%)과 비교해 크게 치솟았다.

연준 내 주요 인사가 완화적 발언을 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돋보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혼선은 12월에 더 부각되지만, 기조적인 인하 사이클은 맞다”고 했다.

달러 강세는 일본 엔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고환율의 장작 역할을 했다. 원화는 엔화나 위안화와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근래 특히 엔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엔저가 나타나자 원화도 함께 약해진 것이다.
최근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50엔 중반까지 내려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한화 200조 원 규모의 종합 경제대책을 내놓으면서 재정악화 우려가 함께 커지면서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압박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수급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827억7000만 달러 규모인 데 비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998억5000만 달러로 달러 유출이 더 많다.

이에 정부와 당국은 4자 협의체를 가동, 국민연금을 동원해 환율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전체 규모의 49%에 이르는 만큼 해외투자 축소, 외환스와프 확대, 환헤지 조정 등 운용 방향성의 변주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환율 안정 역할을 하는 순간 수익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오는 2029년까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매년 0.5%P씩 줄여나가고, 대신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는 계획이며 실제로 수익률도 해외주식 성과가 더 좋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환율 안정화 역할을 하는 것은 무리이며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