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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0.25%P 금리 인하…파월 "추가 인하 서두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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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0.25%P 금리 인하…파월 "추가 인하 서두르지 않겠다"

4개월 새 3차례 인하, 연 3.50~3.75%…위원 12명 중 3명 이탈표 ‘이례적’
고용 냉각 우려 속 물가 관리 자신감… 2026년 인하 전망 1회로 축소
트럼프 변수·환율 불안… 韓 증시 ‘옥석 가리기’와 보수적 접근 필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갔으나, 견조한 경제 성장세와 여전한 물가 압력을 근거로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배런스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속도 조절 나선 연준, 깊어지는 고민


연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0.25%포인트 낮췄다. 최근 4개월 사이 세 번째 인하 조치다. 그러나 시장의 환호와 달리 연준이 내놓은 경제 전망은 신중했다.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2026년 금리 인하 횟수를 단 한 차례로 내다봤다. 내년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의 눈높이와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는 연준 내부 셈법이 복잡함을 드러내는 이례적인 표 대결이 벌어졌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가운데 9명은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지만, 2명은 동결을 주장했고 1명은 더 과감한 0.5%포인트 인하(빅컷)를 요구했다. 통상 만장일치나 소수 반대에 그치던 관례를 깨고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내부 시각차가 여실함을 드러냈다.

노동시장 냉각 방어냐, 물가 안정 사수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중립 금리의 넓은 범위 안에 들어왔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경제 지표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움직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은 누구의 기본 시나리오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근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우려했다. 기업들이 해고를 발표하고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동시에 물가 관리에 자신감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일회성 가격 상승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관세 효과를 빼면 물가는 연준 목표치인 2%에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준은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1.8%에서 2.3%로 높여 잡았고, 물가 전망치는 낮췄다. 경제가 예상보다 잘 버티는 만큼 굳이 서둘러 금리를 더 내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엇갈리는 월가 전망과 정치적 변수


월가에서는 연준의 '신중 모드'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씨티그룹 분석가들은 노동시장 지표가 더 나빠져 연준이 결국 내년 1월과 3월 잇달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침체 위험을 너무 낮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 내부 의견 불일치와 내년 초 예정된 의장 교체 이슈를 들어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묶어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차기 의장 선임 문제는 또 다른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하 폭을 두고 "최소한 두 배(0.5%포인트)는 내렸어야 했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파월 의장 임기가 내년 5월 끝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면접 중인 차기 의장 후보군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2026년 통화정책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지난 세 차례 인하 효과가 "이제 막 경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라며 정부 셧다운 이후 정상화될 경제 지표들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다음 회의는 내년 1월 27~28일 열린다.

"강달러 장기화… 수출주 옥석 가리기·배당주 방어 유효"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복합적인 도전을 맞았다. 시장 기대보다 금리가 천천히 내려간다면 달러화 강세 기조는 예상보다 길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원·달러 환율 하단을 높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 된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이 내년 1월까지 발표될 미국 고용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미국 노동시장이 연준 예상보다 빠르게 식는다면 경기 침체 공포가 부각되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연준 시나리오대로 '연착륙'이 이뤄진다면 고금리 환경에 적응한 기업들의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 포트폴리오 방어력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금리 수혜가 이어질 금융주나 현금 흐름이 탄탄한 배당주 비중을 유지하되,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정책과 맞물린 수출 기업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달러 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도 자산 보호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연준이 '데이터'를 보고 움직이듯, 투자자 역시 섣불리 방향성을 예단하기보다 내년 1분기까지 확인되는 지표를 보며 대응하는 '관망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