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 넘게 하락…월가 “연준 추가 완화·트럼프 변수로 내년에도 약세 지속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30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2026년 말까지 두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달러 약세가 내년에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화는 올해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9.6%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달러의 전통적인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린 점이 달러 약세를 견인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주요 통화 가운데 유로화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달러 약세 속에서 유로화는 연간으로 14% 가까이 급등하며 202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17달러를 넘어섰다.
달러 약세는 지난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대한 공격적 관세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15% 가까이 급락한 뒤 일부 낙폭을 만회했지만,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이후 다시 하락했다.
내년 전망도 '흐림'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전망인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다른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달러화 하락을 재촉할 요인으로 꼽았다.
ECB는 이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FT에 따르면 월가 주요 은행들은 유로화가 내년 말까지 1.20달러까지 상승하고, 파운드화는 현재 1.33달러에서 1.36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무엇보다 2026년 달러의 향방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자가 백악관의 추가 금리 인하 요구에 굴복할 경우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흐름과 달리 여전히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의장 체제 아래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있어 더 공격적이며 직관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붐 여파로 내년에도 미국 경제가 유럽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달러 강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견고한 경제 성장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키트 저크스 통화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기술 혁명을 좌초시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렇지만 내년 미국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를 지지하는 힘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FT는 달러화가 ‘해방의 날’ 혼란 이후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운용이 해외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국 주식을 매수할 때 달러화에 대한 환 노출을 헤지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환 위험을 헤지하게 되면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