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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돈 안 되는 구형 팹, 첨단 패키징 기지로 전환"…삼성·UMC에 '2027년 낙수효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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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돈 안 되는 구형 팹, 첨단 패키징 기지로 전환"…삼성·UMC에 '2027년 낙수효과' 예고

90나노 라인, 'AI 반도체 기지'로 대수술… 엔비디아·애플 2나노 올인 전략
레거시 주문 뱉어내는 TSMC, 파운드리 공급망 지각변동… 韓 반도체 반사이익 기대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수익성이 낮은 구형(레거시)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전면 개조해 첨단 패키징과 핵심 소재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수익성이 낮은 구형(레거시)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전면 개조해 첨단 패키징과 핵심 소재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수익성이 낮은 구형(레거시)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전면 개조해 첨단 패키징과 핵심 소재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정된 생산 부지와 자원을 '이익률 50%'가 보장되는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과 인공지능(AI) 반도체 패키징에 집중하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에 시장에 풀리는 구형 공정 물량을 두고 삼성전자와 UMC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8(현지시각) 반도체 장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신주 2(6인치)3·5·6·8(8인치) 등 노후화된 90나노 이상 공정 팹에 대해 대대적인 재건축과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니라, 생산 품목 자체를 뜯어고치는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이다.

"레거시 줄이고 패키징 늘린다"… 팹(Fab)의 환골탈태


TSMC가 단행하는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은 파운드리 업계의 최대 화두인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 생산 능력 확보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기존 레거시 공정 장비를 들어낸 자리에 '--웨이퍼--서브스트레이트(CoWoS)''--패키지--서브스트레이트(CoPoS)' 등 고부가가치 패키징 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CoWoS는 칩을 기판 위에 바로 올리지 않고, 중간에 '인터포저'라는 미세 회로 기판을 넣어 연결하는 2.5D 패키징 기술로, 고성능 AI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이다. 함께 도입되는 CoPoS 역시 패키지를 매개체로 연결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기술이다. TSMC는 급증하는 엔비디아 등의 AI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웨이퍼 생산 공간을 패키징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여기에 극자외선(EUV) 공정의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EUV 포토마스크 펠리클'**의 자체 생산 라인도 구축한다. 펠리클은 노광 공정 중 마스크를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초박막 덮개로 기술 장벽이 매우 높다. 자체 생산을 통해 ASML 등 외부 공급사 의존도를 낮추고 EUV 장비의 가동 효율을 높여 이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이미 신주 6인치 팹과 8인치 팹에서 대규모 재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는 AI 반도체 병목 현상에 대응하고 수익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실제 남부과학단지 14팹과 신주 12팹의 유휴 설비 일부는 자회사 격인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의 싱가포르 공장으로 매각되거나 이관됐다.

'낙수효과' 누구에게… 삼성·UMC 반사이익 가능성


TSMC의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망 지도를 다시 그릴 변수로 작용한다. TSMC는 오는 2027년까지 질화갈륨(GaN) 파운드리 서비스를 중단하고, 신주 6인치 팹의 관련 생산 라인을 폐쇄할 계획이다. 이미 나비타스(Navitas) 등 주요 고객사는 생산 물량을 TSMC에서 VIS 싱가포르 공장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 신주 12A 팹의 경우 45나노와 65나노 등 구형 노드의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은 "TSMC90나노 미만의 성숙 공정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하고, 해당 노후 팹을 'CoWoS-L'과 같은 첨단 패키징 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관전 포인트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문 이탈' 물량의 행선지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고객사 주문을 합작사인 VIS 싱가포르 공장(VSMC)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모든 물량을 소화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2027년 중반 무렵에는 삼성전자와 대만 UMC가 레거시 공정 주문을 일부 흡수하는 실질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TSMC는 기존 고객들에게 1~2년의 전환 기간을 제시하며 이전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애플 잡는다… 2나노·A14 초격차 가속


구형 공정을 털어낸 TSMC의 시선은 오로지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향해 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수요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TSMC는 대만 남부과학단지와 가오슝, 미국 애리조나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섰다. 특히 엔비디아는 TSMC의 차세대 공정인 'A16(1.6나노급)' 노드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주목할 점은 애플의 행보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2나노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A16 노드를 건너뛰고 바로 차세대 'A14(1.4나노급)' 노드를 채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애플과 TSMC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신주 바오산 F202나노 주력 ▲가오슝 F222나노 순차 증설 ▲미국 애리조나 F212029년까지 2나노 양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타이중 F25 팹은 2028년부터 A14 노드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TSMC의 전략을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방어''미래 기술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평가한다. 저부가가치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영업이익률을 50% 이상 유지하면서, 확보된 재원을 차세대 공정에 쏟아붓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