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공포가 불러온 역대급 유동성...한국 증시 '일평균 거래 100조' 시대 열리나

글로벌이코노믹

공포가 불러온 역대급 유동성...한국 증시 '일평균 거래 100조' 시대 열리나

미·이란 전운에 코스피 11% 투매, '패닉셀' 받아낸 대체거래소(ATS) 점유율 40% 돌파
반도체·건설 등 연초 주도주 급격한 조정, 변동성 장세 속 '손바뀜' 격화
월별 일평균거래대금 추이(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합산). 금액단위 : 조원  그래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월별 일평균거래대금 추이(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합산). 금액단위 : 조원 그래프=글로벌이코노믹
3월 주식시장은 대외 변수에 의존하는 '공포' 장세가 이어졌다. 지수가 바닥을 알 수 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거래대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투매(Panic Sell)와 저점 매수(Bottom Fishing) 사이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며, 대한민국 증시는 이제 '일평균 거래대금 100조 원'이라는 낯선 숫자를 마주하고 있다.

■ 공포가 쏘아 올린 '100조 원'의 에너지

11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지난해 1월 이후 한국거래소(KRX)와 대체거래소(넥스트레이드)의 거래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달 10일 기준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96.7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2025년 3월(17.81조 원)과 비교해 543%나 급증한 수치다.

이 기형적인 유동성 팽창의 방점이 찍힌 것은 '중동의 전운'이다. 미·이란 전쟁 발발 가능성이라는 메가톤급 대외 악재가 터지자,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 속에 'W자형' 장세를 보이며 손바뀜이 격화됐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거래량이 시장을 집어삼킨 것이다.
■ 넥스트레이드, 출범 1년 만에 시장의 40% 잠식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의 위상 변화다. 작년 3월 출범 당시만 해도 일평균 거래대금 7000억 원 수준에 머물며 미미한 존재감을 보였던 넥스트레이드는 올해 3월 39.3조 원을 기록, 전체 시장 거래의 40.6%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수가 급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더 빠른 체결 속도와 유연한 거래 환경을 찾아 이동한 '스마트 앤 숏(Smart & Short)' 자금들이 대체거래소로 대거 유입된 결과다. 이는 국내 자본시장의 거래 구조가 기존 정규시장 중심에서 다변화된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했음을 시사한다.

■ 지표는 '역대급', 내실은 '비명'...증권주의 역설

유동성 수치는 화려하지만, 시장의 속살은 상처투성이다. 10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5532.59로, 2월 말 대비 단 열흘 만에 11.40%(711.54포인트)가 증발했다. 특히 공급망 마비 우려에 자동차(-18.94%), 철강(-14.24%) 등 수출 주도형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 흥미로운 대목은 증권업종의 변동성이다. 이론적으로 거래대금 폭증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대형 호재다. 실제로 KRX 증권 지수는 연초 대비 67% 넘게 급등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증권 지수는 오히려 11.66% 하락하며 코스피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이는 거래 수수료 수익에 대한 기대감보다, 지수 급락에 따른 증권사 자체 운용 자산의 손실 우려와 신용공여 리스크라는 '공포'가 시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이 단순히 돈의 힘으로 버티는 단계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위험 신호다.

현재의 '거래대금 100조 임박' 현상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보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통상적인 거래량 폭발은 투매의 막바지이거나 고점에서의 물량 넘기기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유동성은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한 '패닉' 성격이 짙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지수의 방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설명했다.

결국 향후 증시의 향방은 미·이란 전쟁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국제 유가 및 환율의 안정 여부에 달려 있다. 거래대금 100조 원이라는 유동성의 바다가 지수를 떠받치는 '든든한 하방 지지선'이 될지, 아니면 추가 폭락을 예고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될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