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외교위 보고서, 엔비디아 H200 수출 허용 등 행정부 '엇박자' 정조준
'동맹 소홀·관세 남발'이 중국에 승기 내줘… 대만 지원 지연에 공화당 내부서도 비판론
'동맹 소홀·관세 남발'이 중국에 승기 내줘… 대만 지원 지연에 공화당 내부서도 비판론
이미지 확대보기엇박자 행보에 뚫린 반도체 방어망… "안보보다 실리인가"
워싱턴포스트(W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상원 외교위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각) 현 정부의 대중 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공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일관성 결여'다.
가장 치명적인 실책으로 꼽힌 대목은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 칩 'H200'의 중국 수출 허용이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대중 규제를 강화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AI 굴기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이다. 상원 외교위 간사인 잔 샤힌(Jeanne Shaheen) 의원은 "행정부의 근시안적 조치가 미국의 기술적 해자(Moat)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고 정조준했다.
관세 폭탄의 역설과 공화당 내부의 파열음
주요 움직임은 첫째, 의회 권한 강화다. 하원 외교위는 지난 1월,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의회의 관여도를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백악관 AI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와 정면충돌했다.
두 번째는 지원 지연 술책이다.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국방부 정책차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대만 무기 지원 패키지(약 130억 달러·19조 원 규모)의 집행 지연 문제로 여야 모두의 질타를 받았다.
중국의 '일대일로' 파상공세… 외교적 공백 메우는 베이징
미국이 대외 원조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하며 외교적 자산을 축소하는 사이, 중국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만 일대일로 사업에 570억 달러(약 83조4500억 원)를 쏟아부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쿠시 데사이(Kush Desai) 대변인은 "지난 수십 년간의 어리석은 정책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며 "미국 경제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새로운 승리 모델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샌드위치 낀 K-반도체, '포스트 베이징' 시나리오 대응책은?
미국 내부의 이러한 노선 갈등과 정책 엇박자는 한국 기업들에 단순한 리스크를 넘어선 '생존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 의회의 규제 압박이 거세질수록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요구되는 '안보 가이드라인' 수위가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4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는 '깜짝 딜'을 시도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미중 패권 다툼의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 돌파를 위해 크게 세 가지 핵심 대응 전략을 말한다.
첫째, '기술 초격차'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의 규제 혼선 속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한미 공조의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 H200 사례에서 보듯, 첨단 AI 칩 구동에 필수적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등)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 우위를 점해야 한다. 미국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한국을 글로벌 공급망의 '지울 수 없는 축'으로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둘째, 공급망 '디리스킹' 및 글로벌 거점의 전략적 재배치이다. 미 의회의 수출 통제권 강화 움직임은 향후 대중국 제재가 더욱 정교하고 까다로워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제 '탈중국'을 넘어선 '디리스킹(위험 완화)'이 필수다. 동남아, 인도, 동유럽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미 대선 정국과 맞물린 관세 폭탄에 대비해 현지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플로팅(Floating)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워싱턴 '입법 로비' 및 민관 합동 시나리오 경영 가동이다. 백악관뿐만 아니라 미 의회를 타깃으로 한 직접적인 대외협력(GR)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미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을 공략하고,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행정부의 독단을 의회가 견제하는 현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우리 측에 유리한 예외 조항을 끌어내는 고도의 외교적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지금,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은 단순한 정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거대한 재편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우리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관망이 아닌, 기술과 외교를 결합한 '입체적 생존 전략'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