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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암호화폐 통행료’ 징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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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암호화폐 통행료’ 징수 논란

VLCC 한 척당 200만 달러 요구…스테이블코인·위안화 결제 강제 정황
미국·이스라엘 연관 선박 철저 배제…일본·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 ‘선별적 통행’
국제 사회, “공해상 통행료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검증 공백 속 긴장 고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통행료를 암호화폐와 중국 위안화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통행료를 암호화폐와 중국 위안화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이면서, 이른바 ‘해상 통행료’ 징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와 중국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며 사실상의 ‘톨게이트’ 작전을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TradeWinds)와 블룸버그는 이란이 초정밀 검증 절차를 거쳐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관이 없는 선박에 한해 통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경우 척당 약 2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이나 위안화 정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입금이 확인된 선박에 한해 별도의 통행 암호를 부여하고 혁명수비대 함정의 호위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일본, 프랑스, 오만 소속의 선박 몇 척이 이 절차를 거쳐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는 정상적인 통행 재개라기보다는 이란의 입맛에 맞춘 선별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선박은 이란의 감시를 피하거나 우호적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선적을 ‘중립국’으로 허위 표시하는 등 위험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란의 이러한 행보를 명백한 국제해양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란 의회가 최근 ‘호르무즈 해협 관리법’을 통과시키며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영국과 EU 등 주요국들은 이를 일방적인 불법 조치로 간주하고 제재 강화와 호송 작전 등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순한 봉쇄 대상이 아닌,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는 ‘수익형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브레이킹뷰는 “200만 달러의 통행료는 이란 입장에서는 재정적으로 매우 타당한 모델”이라면서도, 이러한 불법 자금 결제에 응하는 해운사들이 향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당할 수 있는 심각한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