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나이지리아 등 11개국 ‘안전 도시’ 프로젝트 도입… 中 자본과 기술의 결합
범죄 억제 명분 뒤로 ‘정치적 반대파 탄압’ 우려 고조… 적절한 법적 감독 부재 지적
범죄 억제 명분 뒤로 ‘정치적 반대파 탄압’ 우려 고조… 적절한 법적 감독 부재 지적
이미지 확대보기‘안전 도시(Safe City)’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프로젝트는 테러 대응과 범죄 억제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독재 정권이나 권위주의 정부가 반체제 인사와 인권 운동가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도구로 재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5일(현지시각) 영국 개발연구소(ID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차관 제공과 기술 지원을 하나로 묶은 ‘통합 패키지’를 통해 아프리카의 디지털 인프라 생태계를 자국 표준에 종속시키고 있다.
◇ ‘자본+기술+인프라’ 묶은 중국식 번들 모델의 위력
중국이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 경쟁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감시 시장의 압도적 공급자로 부상한 비결은 이른바 ‘패키지 딜’에 있다.
중국 수출입은행 등은 아프리카 정부에 수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을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나이지리아 아부자의 공공 보안 네트워크 구축에 투입된 4억 7,000만 달러(약 7,050억 원) 중 약 4억 달러가 중국의 선지급금으로 충당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얼굴 인식 카메라(하이크비전), 광섬유 네트워크 및 데이터 센터(화웨이), 지휘통제 센터 운용 기술(ZTE)을 한꺼번에 공급한다. 이는 행정 능력이 부족한 아프리카 정부들에 복잡한 조달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일단 중국식 시스템이 깔리면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역시 중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도적·기술적 고착 형태"라고 정의하며, 장기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범죄 예방인가, 독재의 도구인가?… 억압되는 시민 자유
보고서는 감시 기술이 공공 안전이라는 원래 목적을 벗어나 정치적 목적으로 오용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적절한 법적 규제나 감독 없이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감시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위축시킨다. 토니 로버츠 IDS 연구원은 "규제되지 않은 감시는 정부에 책임을 묻는 자유를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조지타운 대학교의 불렐라니 질리 교수는 "오히려 규제 체계가 감시 확대를 정당화하고 정상화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 2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발 감시 기술에 투자된 금액은 이미 확인된 것만 20억 달러(약 3조 원)를 넘어섰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인 나이지리아는 중국 감시 장비의 최대 시장이다. 라고스 시에만 10,000대의 고화질 카메라가 배치되어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이다.
케냐는 2013년 웨스트게이트 몰 테러 이후 중국의 지원을 받아 나이로비와 몸바사에 1,800대의 화웨이 카메라를 설치하며 가장 먼저 이 모델을 받아들였다.
연구자들은 실제 투자 규모가 공개된 수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국가가 감시 관련 예산을 비밀리에 집행하거나 공공 회계에서 누락시키기 때문이다.
◇ 한국 IT 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국이 ‘효율성과 통제’를 앞세운다면, 한국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민주적 거버넌스’를 결합한 스마트 시티 모델로 차별화해야 한다. 투명한 데이터 관리 기술이 한국산 보안 솔루션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공세는 향후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들은 금융 지원과 기술 공급을 연계한 수출 전략을 정부 차원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장비의 보안 취약성과 인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은 국제적인 신뢰 기반의 디지털 안보 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하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