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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전기 먹는 하마 시대가 끝났다"... 유럽이 깨운 '영하 150도' 초전도 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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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전기 먹는 하마 시대가 끝났다"... 유럽이 깨운 '영하 150도' 초전도 가속기

전력 소모 95% 절감하는 초전도 회로의 습격, 에너지 고갈 위기 데이터센터 시장의 구원투수 등장
"더 이상 뜨거운 GPU는 필요 없다"... 유럽의 기술 주권 선포에 흔들리는 실리콘 패권의 성벽
구글의 TPU v7e 칩. 구글이 차세대 TPU v7e 칩 주문을 미디어텍에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글의 맞춤형 AI 칩(ASIC)에 대한 내부 및 외부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구글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의 TPU v7e 칩. 구글이 차세대 TPU v7e 칩 주문을 미디어텍에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글의 맞춤형 AI 칩(ASIC)에 대한 내부 및 외부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구글

폭증하는 AI 연산 수요로 인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전력 부족의 늪에 빠진 가운데, 유럽이 이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영하 150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저항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초전도 기술을 AI 가속기에 이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반도체가 소모하던 에너지의 단 5%만으로도 동등한 연산력을 발휘하겠다는 야심 찬 도전으로, 엔비디아 중심의 가속기 시장을 에너지 효율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재편하려는 유럽의 의지가 담겨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럽 초고성능 컴퓨팅 공동 사업단(EuroHPC, 홈피는 eurohpc-ju.europa.eu)이 4월 2일 게재한 '차세대 에너지 효율 컴퓨팅을 위한 초전도 AI 가속기 설계 프로젝트(Design Project of Superconducting AI Accelerators for Next-Generation Energy-Efficient Computing)'이라는 제하의 아티클에서 전한 바에 의하면, 유럽 연합은 초전도 회로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중이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용 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했다.

저항 0의 영역에서 피어나는 연산의 기적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는 미세 공정이 심화될수록 발생하는 열과 전기 저항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 주목하는 초전도 회로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신호 전송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제로에 수렴한다는 뜻이며, 가속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영하의 냉각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에너지 효율 면에서 기존 시스템을 압도하는 이유다.

엔비디아의 발열 지옥을 깨뜨릴 유럽의 대안


엔비디아의 최신 GPU는 강력한 성능만큼이나 가공할 만한 전력 소모와 발열로 악명이 높다.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절반 이상이 열을 식히는 데 사용되는 현재의 기형적 구조에서 유럽의 초전도 가속기는 가장 매력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유럽은 성능 경쟁에서 밀렸던 과거를 반성하며, 에너지 효율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전면에 내세워 미국의 반도체 패권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액체 질소 냉각이 가져올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격변


초전도 가속기의 상용화는 데이터센터의 외형부터 바꿀 것이다. 거대한 공랭식 팬과 수냉 시설 대신, 액체 질소를 활용한 정밀 냉각 시스템이 서버실의 핵심이 된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은 발생하지만, 장기적인 운영 비용(OPEX)을 기하급수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력 확보가 곧 국력인 시대에 유럽의 이 선택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생존을 위한 에너지 안보 전략의 일이다.

기술 주권을 향한 유럽의 마지막 요새


유럽은 반도체 제조 역량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뒤처져 있었지만, 기초 물리와 재료 공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저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이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선언과 같다. 초전도 기술이라는 높은 기술 장벽을 통해 타국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탄소 중립 시대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에너지 문제에 달려 있다. 유럽의 초전도 가속기가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AI 연산은 더 이상 환경 파괴의 주범이 아닌 친환경적인 지능형 도구로 거듭날 수 있다. 실리콘의 한계를 넘어 극저온의 정적 속에서 태어날 유럽발 AI 혁명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