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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함정] 정부, 은행에 중금리대출 압박… "저축은행 우량고객 뺏기면 건전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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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함정] 정부, 은행에 중금리대출 압박… "저축은행 우량고객 뺏기면 건전성 악화"

저축은행 '상대적 우량 차주'
은행 넘어갈 가능성 배제 못해
정부가 서민들의 대출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부가 서민들의 대출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은행에 중금리대출을 압박하며 포용금융을 확대하자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은행이 중금리대출을 늘릴 경우 저축은행은 주력시장을 뺏기고 연체율 상승 등 수익성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상환 능력이 있는 상대적 고신용자가 저축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할 경우 저축은행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에 중금리대출을 압박하자 저축은행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 고신용자들이 은행을 선호하게 되면 저축은행 유치 자금이 1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포용금융추진단(가칭) 킥오프 회의를 이달 중 열고 신용평가 체계 개편 등 내용을 논의할 전망이다.
금융체제 개편 논의는 최근 금융의 공적 기능에 청와대가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포용금융 정책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개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중금리대출에도 눈길이 쏠린다.

중금리대출의 전체 금융권 공급 규모는 지난해 27조81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1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는 31조9000억 원으로 사잇돌대출과 민간 중금리대출에 각각 3조6000억 원, 28조3000억 원 배정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저축은행의 주요 먹거리지만 은행과 공동으로 취급하는 상품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지난해 8조6900억 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으며, 저축은행들은 같은 기간 8조8676억 원을 내줬다.

지난 2015년 중금리대출 시장이 시작하면서, 금융당국은 당시 저축은행에 중금리대출 실적을 150%로 인정하는 인센티브를 줬다. 대형 저축은행을 위주로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중금리대출 여건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다면 저축은행의 차주와 취급 대상이 겹칠 수 있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는 감소세다. 지난 1분기 대출규모는 1조7235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7467억 원)의 반토막 수준이며,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18만여건에서 15만여건으로 줄었다.

이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민간 중금리대출도 일반 신용대출과 함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이므로 한정적으로 취급돼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차주의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취급되는 중저신용, 중금리대출 영역에서 은행의 기반이 넓어진다면 상대적 고신용자이자 상환 능력이 있는 저축은행 차주가 은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등으로 통해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1금융과 2금융의 역할이 엄연이 다른데 포용금융으로 포장된 포퓰리즘이 고개들 경우 시장교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민간 중금리대출의 일부 고객은 상환 능력이 있는 상대적 고신용 차주이며 이들 차주를 바탕으로 건전성을 유지해왔다”며 “다만 은행과 파이 나눠먹기가 시작한다면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