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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막힌 K배터리, 車 밖 시장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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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막힌 K배터리, 車 밖 시장서 활로 찾는다

EV 의존도 낮추고 수요처 다변화 속도
전시 넘어 공급계약·라인 전환·납품 레퍼런스가 관건
이탈리아 로마 인근 피우미치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 전경. 이 공항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구축됐다. 사진=로이터연합이미지 확대보기
이탈리아 로마 인근 피우미치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 전경. 이 공항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구축됐다. 사진=로이터연합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인해 다른 신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 뿐만 아니라 로봇·드론·방산·건설기계 등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존 배터리 사업 보단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는 여전히 이차전지 시장의 핵심 수요처지만 판매 증가세 둔화로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 방어 부담이 커진 탓이다. ESS, 로봇, 드론, 방산, 건설기계 등으로 고객군을 넓히려는 이유다.

가장 뚜렷한 움직임은 ESS에서 나온다. SK온은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7.2GWh 규모의 LFP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기존 생산능력을 다른 수요처로 돌리는 사례가 나온 셈이다.

산업연구원도 ESS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할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ESS와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신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ESS 시장이 2023년 44GWh에서 2030년 508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과 드론은 비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먼저 주목받는 분야다. 휴머노이드와 물류로봇, 서비스로봇은 장시간 작동과 반복 이동이 핵심이다. 전기차보다 탑재 공간이 작아 고출력·경량화·셀 설계 기술이 중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과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 물리적 인공지능 영역에 맞춘 배터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앞세워 로봇과 항공 분야를 겨냥하고 있다. 회사는 인터배터리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개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 하반기다.

방산과 건설기계는 중장기 후보군으로 꼽힌다. 드론과 무인체계, 전동 건설장비에서 배터리 수요가 커질 가능성은 있지만, 방산은 인증과 납품 이력, 건설기계는 내구성과 가격 경쟁력이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군용 드론 시장이 2023년 141억달러에서 연평균 13% 성장해 2032년 472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밖 시장이 곧바로 전기차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과 드론, 방산, 건설기계용 배터리는 성장성이 있지만 현재 시장 규모가 전기차보다 작고 고객사별 요구 조건도 제각각이다. 인증과 검증 기간이 길고 초기 레퍼런스 확보도 쉽지 않다.

관건은 기술 전시를 실제 공급계약과 라인 전환, 납품 사례로 얼마나 빨리 연결하느냐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이미 실적에 반영되고 있지만 비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핵심 수요처라는 점은 변하지 않겠지만 캐즘을 겪으며 수요처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다”며 “자동차 밖 시장은 아직 작지만 고성능 배터리 기술력을 보여주고 고객군을 넓힐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