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워시 연준 의장, '채권 발작'에 트럼프와 매파 위원 사이 '외줄타기'

글로벌이코노믹

워시 연준 의장, '채권 발작'에 트럼프와 매파 위원 사이 '외줄타기'

채권시장, 금리 인상 신호 없는 인플레 발언에 '불신임'…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
2% 인플레 목표치 변경 시사에 시장 혼란 가중… 9월 FOMC 앞두고 리더십 시험대
연준 내부 '3인 반대표' 던지며 금리 인상 압박… 백악관 눈치·내부 분열 이중고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9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연방준비은행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간의 회의 후 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9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연방준비은행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간의 회의 후 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9일(현지시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언하자 채권시장에서 급격한 매도세가 촉발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이 같은 '채권시장의 발작'은 워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완화 요구에 저항할 것인지, 아니면 통화 긴축을 추진하려는 연준 내부 인사들의 압력에 맞설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결단의 순간에 직면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워시 의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관리 기준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점이다. 지금까지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년 대비 2% 상승을 절대적인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 목표 고수 의사를 밝히면서도 "내년 1월 이후 전략에 대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8월 잭슨홀 미팅 등에서 정책 프레임워크 개편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라는 구체적 행동 없이 목표치 변경 가능성만 제시한 워시 의장의 행보에 즉각적인 불신임을 표시했다. 최근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2%를 돌파하며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상승세는 주말까지 이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능력에 불신임 투표를 던진 꼴"이라며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둘 경우 백악관을 실망시킬 수 있어 매파적 기조와 정치적 입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부의 반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중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3명이 기준금리 동결(3.50~3.75%) 결정에 반대하며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이들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중동 분쟁, AI 투자 급증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이유로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동결에 표를 던진 크리스토퍼 월러, 리사 쿡 이사 역시 물가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6월 PCE 물가지수가 3.7%로 전월(4.1%) 대비 소폭 둔화했으나, 2분기 기업 장비 지출이 15.2% 증가하는 등 경제 열기가 식지 않고 있어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는 여전하다.

팀 듀이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름 동안 물가가 의미 있게 잡히지 않는다면 워시 의장은 9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고수하기 위한 이사회 내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워시 의장이 정치적 압력과 내부의 매파적 요구 사이에서 9월 전까지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거센 압박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