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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기후보험, 지자체 아닌 국가 안전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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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기후보험, 지자체 아닌 국가 안전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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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불볕더위는 기후 재난이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지난달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국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지난 8일 하루에만 전국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131명에 이르렀고 2명이 숨졌다. 지난 5월 15일부터 집계된 누적 환자는 3237명, 사망자는 28명이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41만9014마리, 양식 어류 피해는 13만1295마리에 이르렀다.

경제적 피해도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내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은 2015년 318억 원에서 2024년 9107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4년에는 피해액과 같은 9107억 원의 복구비가 소요됐다. 국민의 생명과 생계뿐 아니라 국가와 지방 재정의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21~2024년 국내 폭우·폭염 복합재난 강도는 과거 30년보다 약 3배 높아졌다. 과거 상위 1% 수준의 극단적인 복합재난 발생일도 연평균 1.1일에서 5.2일로 4.8배 늘었다. 집중호우 직후 폭염이 덮치는 재난이 예외가 아니라 반복되는 위험으로 바뀐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폭염 사이의 급격한 전환도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손해보험사들도 기후보험 도입·확대에 나섰다. 제주도는 건설 일용직의 폭염 휴업에 따른 소득을 보전하는 지수형 보험을 도입하고, 경기도는 전체 도민이 자동 가입되는 기후보험의 보장을 확대했다. 정부도 야외 근로자와 농어민을 위한 폭염·한파 보험을 추진한다. 피해 보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존 방식보다 보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상품 몇 개를 내놓는 것만으로 기후 위험을 충분히 분산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후보험은 농작물·가축·양식수산물 재해보험과 풍수해·지진재해보험 등 정책보험 중심이다. 농어업 등 1차 산업에 집중돼 보장 대상도 제한적이다. 화훼 분야 농작물재해보험은 4개 절화류(折花類)만 가입할 수 있고 양식수산물재해보험도 전체 80종 중 28종만 보험 대상이다.

가입 기반도 좁다. 지난해 소상공인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은 5%, 농작물·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은 각각 54.0%, 39.8%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풍수해보험 손해율은 236.4%에 이르렀다. 가입률은 낮은데 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변하면서 위험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높은 손해율과 정부의 재정지원 부담이 이어지면 제도 유지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은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눠 대규모 위험을 분담한다. 미국·뉴질랜드 등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정부가 인수하거나 보증하고, 일본·영국·프랑스는 정부와 보험사가 재보험으로 손실을 나눈다.

국내 기후보험도 개별 지자체 사업에 머무르지 말고 국가와 지자체의 보험을 연계해 보장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1차 산업 중심의 보장을 생활과 산업 전반으로 넓히고, 인공지능·위성정보·기상데이터로 위험예측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 지수형 보험을 활성화해 지급 속도와 운영 효율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피해 때마다 복구비를 투입하는 사후 대응만으로는 갈수록 복잡하고 거세지는 재난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 보험사가 위험을 분담하는 국가 안전망으로 기후보험을 재설계할 때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