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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도 공급망 안 끊겼다…한국, 베트남 거쳐 양쪽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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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도 공급망 안 끊겼다…한국, 베트남 거쳐 양쪽 연결

대베트남 수출 부가가치, 미국 귀착 11.1→18.5%·중국 7.3→13.9%
대미 간접경로 중국서 아세안으로…통상규제 국내 파급 위험은 확대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분절이 심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연계는 단절되기보다 베트남 등 제3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도 아세안 생산망을 활용해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과의 연결을 동시에 확대했지만, 미국의 통상 규제 충격이 제3국을 거쳐 국내로 전이될 위험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통계 기준 미·중 상품교역 규모는 2022년 6903억달러에서 지난해 4146억달러로 39.9%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글로벌 교역은 뚜렷한 위축 없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유엔총회 표결자료를 정치·안보와 경제·개발 영역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2017년 이후 다수 국가는 정치·안보 측면에서 미국 쪽으로 가까워졌다. 반면 경제·개발 측면에서는 국가와 지역별 이동 방향이 엇갈렸다. 지정학적 입장과 실제 경제관계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적 연결을 이어준 것은 베트남·인도·멕시코 등 ‘커넥터 국가’였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최종시장과 중국 중심의 생산망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으로 기능했다. 단순히 중국산 제품을 제3국을 통해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외국인직접투자까지 확대되면서 대체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도 강화됐다.
한국의 공급망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확인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가운데 미국의 최종수요로 이어진 비중은 2016년 11.1%에서 가용 최신치인 2022년 18.5%로 상승했다. 중국 최종수요와 연결된 비중도 같은 기간 7.3%에서 13.9%로 높아졌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에서는 변화가 더욱 뚜렷했다. 베트남을 거쳐 미국 최종수요로 연결된 한국 부가가치 비중은 12.8%에서 21.0%로, 중국으로 이어진 비중은 11.2%에서 19.4%로 각각 상승했다. 베트남 생산망이 미·중 가운데 한쪽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두 시장을 동시에 잇는 통로로 활용된 셈이다.

미국 최종수요에 연결되는 전체 한국 부가가치 가운데 한·미 직접경로의 비중은 73.1%에서 72.4%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제3국을 통한 간접경로에서는 중국 경유 비중이 10.7%에서 6.8%로 낮아진 반면 아세안 5개국 경유 비중은 4.9%에서 8.3%로 높아졌다. 반도체·전자 업종에서는 2022년 아세안 경유 비중이 18.6%로 중국 경유 비중 17.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아세안 생산망이 공급망 충격을 완충하고 생산·수출 경로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는 “커넥터 국가는 지정학적 충격을 완충하는 경로인 동시에 주요국의 정책 변화나 현지 충격이 한국으로 파급되는 경로가 될 수도 있다”며 “특정 생산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