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점 대비 57% 하락·시총 204조원 증발…매출 절반 가까운 사업 AI 영향권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IT 컨설팅업체 가운데 하나인 액센츄어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존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약 80만명의 직원을 두고 인도와 필리핀 등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지역의 대규모 인력을 활용해 고객사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방식이 AI 자동화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액센츄어가 AI 시대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내세우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AI가 회사의 기존 인력 중심 사업을 예상보다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액센츄어 주가는 지난 2021년 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57%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약 1500억달러(약 203조6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올해 들어서도 주가는 34% 떨어졌다.
줄리 스위트 액센츄어 최고경영자(CEO)는 AI를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순풍’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같은 확신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
액센츄어에는 약 80만명의 직원이 있으며 상당수가 인도와 필리핀 등 해외 저비용 거점에서 근무한다.
전통적인 컨설팅 프로젝트는 소수의 고위급 인력이 팀을 이끌고 많은 주니어 직원이 코딩과 소프트웨어 맞춤화, 콜센터 운영 등의 실무를 맡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운영됐다.
AI가 위협하는 것은 바로 이 피라미드의 하단이다.
브라이언 버긴 TD코웬 애널리스트는 액센츄어와 경쟁업체들이 직면한 문제를 두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면 고객사가 과거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같은 작업을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트 CEO가 취임한 2019년 이후 액센츄어 직원 수는 약 60% 늘었다. 특히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을 확대했다.
지난 2025년 회사 공시 기준 중간 수준의 보수를 받는 액센츄어 직원은 인도에서 근무하며 연봉은 2만2733달러(약 3086만원)였다.
문제는 시스템 통합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액센츄어 전체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두 분야가 AI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스쿼해나인터내셔널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이 두 사업을 액센츄어에서 AI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영역으로 꼽으며 단기 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직원 늘었지만 1인당 매출은 뒷걸음
인력 확대가 생산성 증가로 그대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스위트 CEO 재임 기간 액센츄어 전체 매출은 60%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직원 1인당 매출은 같은 기간 약 18% 감소했다. 2025년 직원 1인당 매출은 8만9400달러(약 1억2140만원)로 명목 기준으로는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탐린 베이슨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액센츄어의 인력 기반 서비스 매출을 줄이는 속도가 새로운 AI 사업이 이를 대체하는 속도보다 빠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액센츄어의 직전 분기 신규 수주는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한 193억달러(약 26조2000억원)였다.
이 가운데 관리형 서비스 수주는 약 15% 줄어든 91억달러(약 12조4000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중동 분쟁의 영향을 이유로 들며 일부 계약이 다음 회계연도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에 따르면 액센츄어는 8월까지의 분기에 신규 수주가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하고 매출 증가율은 2.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A·재교육으로 AI 전환 승부
액센츄어도 기존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은 아니다.
액센츄어는 과거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때와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보안 관련 인수에 40억달러(약 5조4300억원)를 투입했으며 올해 영국 AI 스타트업 패컬티 인수에도 합의했다.
구글클라우드, 앤스로픽과도 AI 관련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직원 재교육에도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
스위트 CEO에 따르면 액센츄어 직원들은 2026 회계연도에 AI 등과 관련된 교육에 총 4500만시간 이상을 썼다.
그는 내년 회사의 방향을 AI 혁명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으로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AI를 이용해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AI 교육과 제휴 자체가 아니라 실제 매출 증가다.
윌리엄블레어의 매기 놀런 애널리스트는 액센츄어의 AI 관련 사업이 아직 의미 있는 매출 가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액센츄어는 10월 1일 실적 발표과 14일 전략 행사에서 AI 전환 전략을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다.
회사가 고객사의 AI 전환을 돕는 동시에 AI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자체 인력 중심 사업모델까지 성공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가 향후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