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업무 내부화·수수료 인하 요구…SAP “비용 최대 50% 절감”
시장규모 580조원으로 성장하지만 전통적 IT 구축사업 흔들
시장규모 580조원으로 성장하지만 전통적 IT 구축사업 흔들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을 도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그동안 외부 컨설팅업체에 맡겼던 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수수료 인하까지 요구하면서 빅4 회계법인과 액센츄어 등 대형 컨설팅업체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규모 정보기술(I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객사들이 AI를 활용해 외부 컨설턴트의 투입 인원을 줄이고 일부 업무를 내부화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자체가 AI 기능을 갖추면서 과거처럼 새 시스템을 기존 IT 환경과 연결하는 데 대규모 컨설팅 인력을 투입할 필요도 줄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독일 제약사 바이엘에서 IT 시스템 개편을 이끄는 요헨 캄프는 “컨설팅 자원은 매우 다른 규모와 기술로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형태의 컨설턴트는 변해야 하고 앞으로 필요한 인력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컨설팅업계 전체 매출에서는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FT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소스글로벌은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이 기술 컨설팅에 4200억달러(약 580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8%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AI를 포함한 신기술 자문 시장은 1400억달러(약 193조3000억원)다. 반면 컨설팅업계가 수십년 동안 핵심 수입원으로 삼아온 시스템 구축·실행 업무는 2360억달러(약 325조8000억원)에 달한다.
AI 관련 컨설팅 수요가 새로 늘어나는 동시에 AI가 기존 컨설팅 업무를 잠식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바이엘에 AI 에이전트 30개…SAP “컨설팅비 절반 줄일 수도”
변화가 가장 뚜렷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구축이다.
바이엘은 6년에 걸친 SAP 기반 IT 시스템 개편 작업의 중간 단계에 있다. 현재 코딩과 테스트 업무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30개를 활용하고 있다.
바이엘은 이를 통해 실제 시스템 배치 단계에 투입되는 외부 컨설턴트를 대폭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도 외부 컨설턴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사 제품을 바꾸고 있다.
SAP는 AI와 각종 자동화 기능을 시스템 자체에 탑재해 컨설팅업체의 작업시간을 줄이거나 고객사가 외부 자문사 없이 직접 업무를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외부 컨설팅 비용을 최대 5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미니크 아잠 SA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가 컨설팅 업무의 일부를 “대규모로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레그 마이어스 BMS 최고디지털기술책임자는 컨설팅회사의 관리형 서비스가 주로 맡아온 기술지원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보안 영역에서도 과거에는 외부업체에 많은 비용을 지급해 모니터링을 맡겼지만 이제는 AI가 상당 부분을 처리하면서 관련 계약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MS는 이에 따라 외부 자문사에 비용을 낮추거나 기존의 시간당 청구 방식에서 고정가격 또는 성과연동형 계약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고객사의 협상력이 커지는 가운데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스글로벌의 최근 조사에서는 외부 자문사가 주도한 IT 전환 프로젝트가 완전히 성공했다고 평가한 고객이 3명 가운데 1명에 그쳤다.
딜로이트, 언스트앤드영(EY),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KPMG 등 빅4를 앞으로 더 많이 이용하겠다는 고객 비율도 1년 전 80%에서 55%로 떨어졌다.
투자자들도 기존 컨설팅 매출이 위협받을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프랑스 컨설팅업체 캡제미니 주가는 올해 들어 31% 떨어졌고 액센츄어는 27% 하락했다.
◇기업들 직접 AI 도입…시간당 수수료 모델도 흔들
기업들이 컨설팅회사를 거치지 않고 기술기업과 직접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생활가전업체 샤크닌자는 AI를 활용하면서 컨설팅업체에 쓰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샤크닌자는 최근 팔란티어 기술을 이용해 판매 프로모션과 미디어 지출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8주 만에 끝냈다. AI 기반 수요예측 시스템도 도입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는 9월 가동을 목표로 미디어 분석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
마크 바로카스 샤크닌자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업체와 각 사업부를 실제 운영하는 내부 책임자가 직접 협력하는 것이 회사의 사업을 잘 알지 못하는 제3자 컨설턴트를 투입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럽 은행권에서도 외부 컨설팅 지출이 줄고 있다.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는 올해 상반기 외부 컨설턴트 지출을 24% 줄였고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도 9% 감축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2030년까지 AI에 6억유로(약 9600억원)를 투자해 연간 5억유로(약 8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절감액 가운데 일부는 컨설팅 비용 감소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오래된 IT 시스템을 개편할 때는 외부업체가 소스코드와 로그파일을 분석해 다른 시스템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현재는 AI가 며칠 안에 분석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코메르츠방크의 설명이다.
다만 AI가 컨설팅업 전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캡제미니의 아이만 에자트 최고경영자는 컨설팅업계가 과거에도 생산성 향상과 해외 아웃소싱 등 기술 변화에 적응해왔다며 AI로 컨설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항공우주, 자동차 등 전문적인 기술·엔지니어링 자문처럼 AI에 통째로 넘기기 어려운 분야의 수요도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AI 도입 자체가 새로운 컨설팅 수요를 만드는 측면도 있다. 새로운 AI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고 사이버보안 위험에 대응하거나 직원들이 AI를 생산적이고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조직을 바꾸는 작업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계속 필요하다.
FT는 이에 따라 컨설팅 시장이 당장 축소된다기보다 AI가 고객사의 협상력을 높이면서 대규모 인력을 장기간 투입하고 시간당 비용을 청구해온 전통적인 사업방식이 압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