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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벌어도 통장 바닥…미국 덮친 고연봉 월급살이에 기업 노후 복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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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벌어도 통장 바닥…미국 덮친 고연봉 월급살이에 기업 노후 복지 흔들린다

- 연봉 30만 달러 이상 노동자 36% "달마다 버는 돈 전부 지출" 고백
- 노후 저축 순항 1년 새 10%p 급감…저축 감축 비율 8%서 14%로 확대
- 재정 불안이 생산성 갉아먹자, 미국 진출 한국 기업도 현지 복지 재정비 직면
연봉 30만 달러를 넘게 버는 미국 고소득층 노동자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달마다 버는 돈을 모두 지출하며 노후 대비 저축을 포기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연봉 30만 달러를 넘게 버는 미국 고소득층 노동자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달마다 버는 돈을 모두 지출하며 노후 대비 저축을 포기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연봉 30만 달러(약 4억 470만 원)를 넘게 버는 미국 고소득층 노동자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달마다 버는 돈을 모두 지출하며 노후 대비 저축을 포기하고 있다. 고연봉이 곧 재정적 안정을 뜻하던 공식이 깨지고 생활비와 고금리 부채 상환 압박이 최상위 소득 계층까지 덮치면서, 미국 노동 현장 전반의 은퇴 준비 체계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재정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업무 몰입도를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함에 따라, 현지 핵심 인력을 붙잡아야 하는 기업들의 복지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소득 착시 깬 월급살이


배런스는 2026년 9월 30일(현지시각)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은퇴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고소득층 노동자의 유동성 위기 실태를 전했다.
골드만삭스가 2026년 7월 재직자 3612명과 45세에서 75세 사이 은퇴자 1494명 등 총 5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연봉 30만 달러 이상 고소득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달마다 번 돈을 남김없이 지출하는 월급살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고소득 구간 응답자의 36%는 사실상 유의미한 저축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응답했다.

소득 구간별로 연봉 5만 달러(약 6745만 원) 미만 저소득층에서 생활비 전액 지출 비율이 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연봉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약 6745만 원에서 1억 3490만 원) 구간과 연봉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약 4억 470만 원에서 6억 7450만 원) 구간은 나란히 34%를 기록해 소득 차이에 관계없이 유사 수준의 지출 압박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봉 50만 달러(약 6억 7450만 원)를 초과하는 최고 소득층 역시 37%가 달마다 버는 돈 전액을 소비한다고 밝혀, 최하위 소득 구간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월급살이 비율을 보였다. 반면 연봉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약 1억 3490만 원에서 2억 6980만 원) 구간은 22%,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약 2억 6980만 원에서 4억 470만 원) 구간은 25%에 머물러 중간 소득층의 저축 압박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6년 만에 꺾인 저축 동력


자신의 은퇴 저축이 계획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8%에 그쳐, 지난해 68%에서 10%포인트 떨어졌다. 은퇴 저축 비율을 늘렸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5년 55%에서 2026년 39%로 16%포인트 급락해 최근 6년 사이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을 기록했다.

반대로 저축 비율을 줄였다고 밝힌 응답자는 지난해 8%에서 올해 14%로 6%포인트 상승했다. 노동자 다수가 자산 축적에 나서기보다 현금을 방어적으로 쥐고 있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크리스 시더 수석 은퇴 전략가는 "저축자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줄이고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며 "끈질긴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린 결과"라고 짚었다.

응답자들은 저축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로 주거비 부담과 일상 생활비, 부채 상환을 지목했다. 고소득 전문직이라 하더라도 대도시권의 높은 모기지 이자와 치솟은 물가를 감당하면서 노후 자금을 따로 떼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재정 불안은 직장 내 업무 생산성까지 잠식하고 있다. 연봉 50만 달러 초과 최고 소득 구간 응답자 가운데 24%는 재정 고민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응답해 전체 소득 구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산하 자산관리 기업 에이코의 조너선 바버 전무이사는 "재정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업무 품질과 생산성에 미치는 타격을 고려할 때, 고용주는 기존 퇴직연금 수준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지원 제도를 도입할 유인이 분명하다"며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과 주택 구입 보조 등 기업 차원의 재정 복지 프로그램 확대를 주문했다.

한국 기업 인재 유치와 복지 비용 부담


미국 고숙련 인력의 재정 스트레스 심화는 현지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한 한국 주요 제조 기업의 인력 운용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삼성전자와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를 운영하는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현지에서 수천 명 규모의 고급 기술자와 관리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책정하더라도 현지의 주거 비용과 물가 상승 부담이 상쇄되지 않으면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은 단순 기본급 인상을 넘어 학자금 상환 보조금과 사택·주택 대출 지원을 아우르는 체감형 복지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공장의 현지 고용 비중이 지속해서 커지는 구조에서 이러한 복지 지출 증가는 고정 인건비 상승으로 직결돼 제품 제조 원가 관리에 일정 부분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져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앉고 가계의 실질 주거 비용 부담이 안정세로 돌아설 경우 인건비 상승 압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미국 현지 기업들이 도입하는 재정 복지 프로그램이 노동자의 실질적인 노후 자산 형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고소득 노동자마저 은퇴 절벽을 마주하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현지 생산 거점을 둔 기업들이 설계하는 복지 안전망과 인력 방어 전략이 향후 북미 사업장 운영 효율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