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국영 해운사 코스코의 지펠(Sipell) 지분 80% 인수 국가안보 이유로 차단
스위스 거점 둔 中 스피다프, 아일랜드 진출 채비 속 EU 투자 심사 레이더망 포착
차이니아오·징둥 등 유럽 물류망 급속 침투… "대만 유사시 유럽 물류 차단 지렛대" 경계 고조
스위스 거점 둔 中 스피다프, 아일랜드 진출 채비 속 EU 투자 심사 레이더망 포착
차이니아오·징둥 등 유럽 물류망 급속 침투… "대만 유사시 유럽 물류 차단 지렛대" 경계 고조
이미지 확대보기코스코가 인수하려던 독일 물류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쟁 발생 시 동부 최전선으로 군사 장비와 전략 물자를 수송하는 핵심 경로를 담당하고 있어, 지분 매각 시 자국 및 유럽 전체 공급망의 통제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시에 중국 택배 대기업 ZTO 익스프레스가 후원하는 물류 스타트업 스피다프(Speedaf)가 스위스를 우회로 삼아 아일랜드 등 EU 회원국 진출을 추진하고, 알리바바의 차이니아오와 징둥닷컴(JD.com)이 유럽 전역에 수십 개의 물류 허브를 장악해 나가자 유럽 정계에서는 "유사시 중국이 유럽 물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10월 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함부르크발 보도에 따르면, 독일 경제기후보호부는 코스코가 독일 물류 기업 지펠(Sipell)의 지분 80%를 인수하려던 계약 건에 대해 최종 승인을 거부하고 거래를 공식 금지했다.
나토 군사 장비 수송로 담당 지펠… "운영 데이터·핵심 인프라 장악 불허"
독일 정부의 이번 불허 결정은 2023년 코스코의 함부르크 항만 톨레로트(Tollerort)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인수 시도 당시, 경영권 확보를 막기 위해 지분율을 24.9%로 강제 제한했던 조치보다 한층 강경한 수위다.
인수가 무산된 지펠은 나토 역내에서 군사 물류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전략적 공급망 기업이다.
크리스토프 트립(Christoph Tripp) 뉘른베르크 공과대학교 교수는 "코스코의 이번 지분 인수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운영 데이터, 교통 흐름, 핵심 인프라 통제권에 직접 접근하려는 시도였다"며 "물류가 중국의 대외 경제 패권 및 군사 전략에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피레우스 항만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해 지중해 해상 관문을 장악한 코스코가 서유럽과 북유럽의 육상 및 철도 물류 거점까지 삼키려 하자, 독일이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레드라인'을 그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우회해 아일랜드 노리는 스피다프… 차이니아오·징둥도 확장세
중국 ZTO 익스프레스의 지원을 받는 스피다프는 비(非)EU 국가이면서 유럽 단일 시장에 속해 무역 장벽이 낮은 스위스에 물류 허브를 구축하며 현지 3대 물류사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링크드인(LinkedIn) 등을 통해 아일랜드 더블린에 신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인력 채용을 시작하며 EU 27개국 내부로 직접 진출을 꾀하고 있다.
스피다프는 셰인(Shein), 테무(Temu), 알리익스프레스 등 유럽 시장을 강타한 중국 초저가 플랫폼의 화물을 주로 배송한다.
이미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니아오는 벨기에 리에주 공항 스마트 허브를 중심으로 파리, 마드리드, 영국 다벤트리,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 28개 이상의 대형 물류 창고를 가동 중이다.
징둥닷컴 물류 부문(JD 로지스틱스) 역시 유럽 전역에 60개 이상의 창고를 확보하고 주요 도시 당일·익일 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했다.
"대만 침공 시 물류 차단 위협"… 일일 10억 달러 적자 속 통상 충돌 격화
유럽 정계와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류망 장악이 향후 지정학적 위기에서 치명적인 '인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일 기독민주연합(CDU) 소속의 로데리히 키제베터(Roderich Kiesewetter) 연방의원은 "중국의 물류 확장은 유럽을 자국 제품과 공급망에 종속시켜 제재에 저항하려는 '이중순환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비판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의 스테판 바그너(Stephan Wagner) 공급망 관리 교수는 "만약 대만 해협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베이징이 유럽 내 자국 물류망 가동을 전면 중단시켜 유럽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정부의 신속한 지원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 DHL 등 유럽 물류사들이 선박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글로벌 해운사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물류망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중국 간의 통상 전선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번 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부당한 보조금과 저가 덤핑으로부터 유럽 산업을 지킬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Maros Sefcovic) 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과 전기차 상계관세 및 하루 10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에 달하는 대중국 무역 적자 해소를 두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의 국영 자본과 물류 플랫폼이 항만·철도·창고를 집어삼키는 것을 더 이상 단순한 무역 확대로 보지 않고 '전략적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유럽의 시선이, 미·중 갈등에 버금가는 새로운 통상 장벽을 예고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