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반도체 재건 급한데 '울며 겨자 먹기' 美 투자 … 첨단 기술 확보 효과는 미미
2025년 7월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합의 대가… 투자처 선정권도 트럼프 손에
198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 트라우마 재현… "대미 관계 유지 위한 일종의 세금"
2025년 7월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합의 대가… 투자처 선정권도 트럼프 손에
1980년대 미·일 반도체 협정 트라우마 재현… "대미 관계 유지 위한 일종의 세금"
이미지 확대보기[핵심 포인트]
○ 일본,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주 반도체 공장 2곳 신설에 최대 210억 달러(약 29조 원) 투자 추진
○ 2025년 7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맞서 합의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정'의 일환
○ 투자처 결정 권한을 미 대통령이 쥐고 있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건 및 첨단 기술 확보 효과는 제한적
○ 일본 시중은행들의 달러 조달 부담과 일본의 막대한 국가 부채 속 재원 마련 난항 우려
자국 반도체 부활 노리던 일본, 결국 '미국 배 불리기' 동원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대규모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밀려 정작 미국의 반도체 제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대주주로 있는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가 미국 뉴욕주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 2곳에 최대 21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일본이 2025년 7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인하를 대가로 약속한 총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일부다. 특히 해당 합의에 따르면 투자 프로젝트의 최종 선택권은 일본 정부가 아닌 미국 대통령에게 있어, 일본이 최대 무역국이자 핵심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실익 적고 공급망 도움 안 돼… "트럼프 상대용 시간 벌기"
전문가들은 이번 대미 투자가 일본 국내 반도체 생태계 부활이나 공급망 회복력 개선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이트오크캐피털의 노리 치우 투자이사는 "일본은 정작 자국이 원하는 첨단 칩 기술이나 국내 제조 역량을 거의 얻지 못한 채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 비용만 대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1980년대 미국과의 반도체 분쟁 끝에 수출 제한 협정에 서명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던 일본 관료들에게 과거의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에 대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한 방책이며, 미·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가깝다"고 털어놨다.
반면 일본 정부 내에서는 불가피성과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대미 투자와 국내 성장 투자는 완벽히 양립할 수 있다"며 "일본은 미국의 경제·안보·기술적 패권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고 반박했다. 팀 브린 글로벌파운드리스 CEO 역시 AI 열풍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와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등이 이번 투자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 난항과 부채 부담… "결국 대미 세금으로 봐야"
투자금 조달 과정도 순탄치 않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상업은행들의 대출 및 일본무역보험(NEXI)의 보증으로 자금을 댈 계획이지만, 막대한 양의 미 달러를 조달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일본 상업은행들은 참여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JP모건 등 미국계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기록 중인 일본 재정 상황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재정 확장 노선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현재 일본은 2040 회계연도까지 AI와 반도체를 포함한 17개 전략 분야에 민관 합동으로 2조 3,00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차세대 칩 양산을 목표로 하는 국책 기업 '라피더스' 지원과 TSMC,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자국 생산 기지 구축이 절박한 상황에서 거액의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오사나이 아츠시 와세다대 교수는 "반도체 공장 투자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본으로서는 이를 일종의 '세금'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