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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장애인의 동반자 '언어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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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장애인의 동반자 '언어치료사'

[한정아 대표의 유망직종을 찾아서(7)-언어치료사]

[글로벌이코노믹=한정아 ACDC Consulting Group 대표] 필자의 주변엔 호주에서 중국인 남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한국 분들이 여럿 있는데 그 댁 아이들의 언어구사능력을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롭다. 한 가정의 아이들은 영어는 기본이고 한국어, 중국어까지 3개 국어가 유창하며 따로 배우는 제2외국어까지 하면 4,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런데 똑같은 조건의 다른 가정의 아이들은 영어는 호주에서 나고 자랐으니 모국어로 유창하나 한국어, 중국어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어도 매우 어눌한 수준이다.

어느 날 쇼핑몰에서 후자 가정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오래간만에 나누는 인사에도 무슨 연유에서인지 얼굴이 밝지 않아 사정을 물어보니 둘째 아이 때문에 언어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것이다. 잠시 앉아 사정을 들어보니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한국인 엄마는 한국어로만, 영어가 유창한 중국인 아빠는 영어로만, 주변에 살면서 자주 왕래하는 친가의 조부모는 중국어로만 말한다고 한다. 아이가 가장 편하게 언어를 익히고 대화하는 공간인 집에서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되다보니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병이 생기고 만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남들은 다들 부러워하는 다국어 환경에서 정작 아이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언어구사에 장애까지 생기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치료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어치료영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필자는 그런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과 그러한 병을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직업도 있구나 하며 생소해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세상은 소위말해 ‘소통’의 시대다. 우리나라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도 소통의 능력에 대해 국민들의 날카로운 심판을 받는 시대이고 다양한 소통의 도구를 통해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 언어구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애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에서는 영국의 왕위를 이어받을 왕자의 말더듬 병을 고치기 위해 호주의 괴짜 언어치료사가 등장해 끝내 고난을 극복하고 말더듬을 고치고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영국의 왕위를 이어받을 데이비드 왕자가 이혼녀와 사랑에 빠져 영국왕위를 포기하는 바람에 왕위를 이어받은 버티 왕자의 말더듬 병을 소재로 그 치유과정을 그렸다. 정치적 권한은 없지만 영국국민을 대표하고 때에 따라 연설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더군다나 2차 대전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영국을 대표하여 영국민을 단결시켜 정신적 지주가 될 의무가 있었던 왕이 말을 더듬는다니 이를 치료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가 되었을 것 같다.

언어치료(language/speech pathology)는 비정상적인 언어의 장애를 고치는 일이다. 언어 장애는 크게 보면 발음의 장애와 언어 체계 자체의 장애가 있다. 전자는 말더듬과 같이 소리를 내어 말을 할 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후자는 발음뿐만 아니라 언어 표현을 제대로 만들고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어 장애가 심하면 실어증으로 발전하는데, 병이나 외상 때문에 뇌의 언어 중추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문제다. 말더듬과 같은 발음 장애는 뇌의 언어 중추 문제라기보다는 발음 기관의 문제 혹은 보다 가벼운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발음 기관에 이상이 있다면 물리적 교정이나 수술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발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말을 아나운서처럼 매끄럽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조차 방송에서 하는 말은 원고를 보고 훈련하고 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 속의 왕은 원고를 읽기조차 힘들어하므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 말을 더듬는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것은 고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 자체로 중대한 장애는 아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책의 표지에 있던 말이 있다. 어떤 성공한 기업가가 어렸을 때 말더듬이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항상 그에게 말더듬은 말이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엄마와 같은 따뜻한 정신적 교감이야말로 언어치료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어 치료사가 되려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해야 한다. 특수 교육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대학원에서 언어 병리학을 전공하면 되고 언어학ㆍ생리학ㆍ해부학은 물론, 심리학ㆍ아동 언어 발달 등 언어 치료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폭넓게 쌓아야 한다. 또한 사명감ㆍ봉사 정신ㆍ이해심을 가지고 치료할 수 있는 끈기도 갖춰야 한다.
언어 치료사는 주로 장애자 종합 복지관이나 사회 복지관, 재활원 언어 청각실, 대학 부설 언어 치료실, 소아 정신과 언어 치료실, 재활원 언어 치료실 등에서 일하고 있다. 언어 장애자가 전체 인구의 5~7% 정도에 이를 정도로 많고, 특히 대화를 나눌 가족이 적어지면서 언어 발달 지체 현상은 늘었다. 그러나 언어치료사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어서 앞으로 유망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