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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삼성 사장단회의와 새해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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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삼성 사장단회의와 새해 포부

▲삼성그룹의올마지막사장단회의가24일오전8시서울서초동삼성전자사옥에서열린다.올초신년인사회에서의삼성사장단모습./사진=뉴시스제휴
▲삼성그룹의올마지막사장단회의가24일오전8시서울서초동삼성전자사옥에서열린다.올초신년인사회에서의삼성사장단모습./사진=뉴시스제휴
올 마지막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가 24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39층 강당에서 열린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회의에 앞서 스탠딩 티타임을 갖고 그룹 내 기업 간 현안을 논의한다. 이어 초청연사 강연과 토론, 보고, 공지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사장단회의는 올 들어 47번째이다.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이 생존해 있었을 때부터 여름 휴가철 등을 빼고는 매주 사장단 회의를 열어 계열사 간의 화합을 다지고 당면현안 등을 논의해왔다. 공식 의사결정기구는 아니지만 사장단 회의 분위기가 삼성그룹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최고기업이자 글로벌 무대의 선두그룹인 삼성 사장단 회의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은 높다.
수요 사장단 회의를 지켜보면 국내외 현안과 삼성의 전략을 바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그룹 차원의 사장단 회의를 여는 곳은 삼성그룹이 유일하다. 다음 주 수요일인 31일에는 사장단 회의가 없다. 24일 열리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가 올 한 해 우리나라 그룹 차원의 회의를 사실상 마감하는 셈이다.

삼성그룹 사장단이 매주 수요일에 회합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이다. 그러다가 1998년 IMF 위기 때 공식 명칭을 ‘수요회’로 바꾸었다. 이후 2008년 4월 특검 조사로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이른바 9인회로 불렸던 전략기획실의 전략기획위원회가 수요회와 통합하여 오늘날의 ‘수요 사장단 회의’로 변신을 했다.

사장단 회의의 초청 강연도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강연의 주제가 당면한 시대의 고민과 관심을 잘 반영해왔으며 곧 우리 사회의 화두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 불어 닥쳤던 인문학 돌풍도 삼성그룹이 그 주된 역할을 해 왔다.

올해 강연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문학 강의가 대폭 줄고 그 대신 혁신과 리더십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경영학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경영학 강의는 올해 47차례의 강연 중 무려 24번을 차지했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51.1%가 경영학 강의였다. 2013년도에 경영학 강의가 11회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이다.

지난해에는 인문학 강의가 대세였다, 전체 45번 중 37.8%에 해당하는 17번이 인문학 강의였다. 인문학은 주제별 순위에서 단연 1위였다. 그러던 것이 2014년에는 단 3번으로 줄었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의 ‘세상을 바꾼 그림 이야기’,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사람과 삶’ 그리고 이희수 한양대 교수의 ‘21세기 중동과 이슬람 문명’등이 전부였다. 올 마지막인 24일 사장단 회의에서의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강연 ‘유교, 잊힌 삶의 술’까지 합해도 4번에 그친다.

2014년 주제별 순위에서 인문학은 1위인 경영학은 물론 그 다음 순위인 경제학, 기술, 정치외교 등에도 뒤졌다. 꼴찌로 추락한 것이다. 인문학자인 허태균 고려대 교수를 초빙하고도 인문학이 아닌 ‘리더가 꼭 알아야 할 착각의 진실’이라는 주제를 선정하여 경영 현실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

기술 강연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희석 카이스트 교수의 ‘IT 기반의 지속성장 모델’,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사물인터넷 시대의 NEXT 10년’,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의 ‘영화 속 미래기술과 창조’ 복거일 소설가의 ‘ 인공지능 트렌드’, 그리고 이용우 국토연구원 기획경영부장의 ‘주거의 미래와 경영’등이 그 예이다.

기초 소양을 쌓고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문학보다는 당면한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더 급하고 절실한 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삼성그룹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야 하고 어려울수록 기초부터 다시 다져야한다는 원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져있는 불을 끄는 것이 더 급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었던 상황. 아마도 이것이 2014년의 우리의 경영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어려웠던 갑오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대망의 을미년 새해에는 모든 난제들이 술술 풀리기를 소원해본다. 이번 사장단 회의가 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