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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왜 논란인가] ‘3·5·10만원’ 기준 적용땐 농축수산물 수요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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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왜 논란인가] ‘3·5·10만원’ 기준 적용땐 농축수산물 수요 급감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란법 과잉규제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농축산연합회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란법 과잉규제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오는 9월 28일 시행된다. 해당 법안의 시행으로 소비 침체 등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 음식점들의 농축수산물 수요가 4조2000억원 가량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농축산업계가 경제적 피해를 맞을 것이라 예상해 현재 가격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선물·접대 등의 기준금액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농식품부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김영란 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는 최대 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식사 금액기준을 3만원에서 최소 5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며 “선물 기준 역시 최소 10만원 이상, 경조사비는 20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규개위에 전달했다.

농식품부는 특히 한우의 경우 시중에 나온 선물 상품의 93%가 10만원대 이상이며 식사 1인분에 평균 3만8000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곧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선물수요는 2400억원, 음식점 매출은 53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 축산 등 2·3차 피해 직격탄 예상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축산·화훼·식당업 등의 영업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전국 농축수산 업계 종사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법안에서 국산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1일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회원 6000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김영란법 규탄, 농축수산물 제외 촉구, 전국농축수산인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막자는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주요 농축수산물의 40% 정도가 명절 선물세트로 팔리는 현재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 대상에 농축수산물이 포함되면 농가경제를 파탄시키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훼업종 역시 울상이다. 이 업계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 매출이 절반 가량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훼업계는 화한과 난을 합쳐 연 1조원에서 1조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5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규개위 “김영란법 3·5·10만원 원안에 동의”


농식품부와 축산·화훼업계 등의 ‘내수경기 침체’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규개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김영란법 시행령 원안을 그대로 시행한다.

지난 22일 규개위는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 중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선물 등의 가액범위에 대해 원안 동의 결정을 내렸다. 권익위의 시행령안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더라도 과태료 처분대상에서 제외하는 가액기준을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각각 정했다.

규개위는 심의과정에서 국민의식 수준과 선진국 수준에 맞는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 구현을 위한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단 가액기준에 대한 이견이 있어 2018년 말까지 이같은 규제의 집행성과를 분석해 타당성에 대해 권익위에서 재검토하도록 권고했다.

규개위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이 통과됨에 따라 향후 법제처에서 관련법과의 충돌 여부 등의 법제 심사를 받는다. 이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중순께 최종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유통업계·주식시장 타격 불가피?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추석부터 선물 판매량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명절 선물세트로 애용되는 한우와 굴비 등은 김영란법 시행령상 과태료 처분 대상이기 때문에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김영란법 시행은 관련주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은 물론 소위 ‘골프접대’에도 제동이 걸리며 골프 관련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김영란법이 관련주 하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백화점 등 대기업보다 중소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2004년 도입됐다가 2009년 폐지된 ‘접대비 실명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시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기업의 접대비 규모는 2003년 5조4372억원에서 2004년 5조1626억원으로 약 5% 감소했다. 아울러 2004년 1분기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0.9%를 기록했다. 같은해 2분기(0.4%), 3분기(0.2%)에도 지지부진했다. 반면 접대비 실명제가 폐지된 2009년 2분기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3.3% 올랐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