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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鐵의 전쟁'…국내 업계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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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鐵의 전쟁'…국내 업계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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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유호승 기자] 전 세계 철강 업계에 보호주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자 철강 무역을 둘러싸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2개국(G2)의 싸움이 격화되고 있는데 중국의 과잉 생산 처분과 미국의 보호주의에 입각한 반덤핑 조치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일례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이라는 사상 초유의 반덤핑 관세를 물렸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담화문을 발표하고 중국 기업의 반론권을 훼손한 불공정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입김이 강해지면서 중국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G2의 팽팽한 기 싸움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유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상무부는 최근 한국에서 수출되는 열연·냉연강판에 반덤핑,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한국산 방향성 전기강판에 향후 5년 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열연강판에는 반덤핑·상계 관세율이 각각 3.89%, 57.04% 등 총 60.93%가 부과될 예정이다.
포스코의 미국향 열연 수출이 중단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연간 4800억원의 매출액과 500억~6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차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WTO 제소 등을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되면 동남아 등 제3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글로벌 반덤핑 ‘뭇매’ 맞는 철강업계

최근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불면서 한국경제가 이에 휩쓸리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건수는 31개국, 179건이다. 현재 규제 중인 것은 132건, 조사 중인 것은 47건이다.

주요 수입규제 대상은 철강·금속이 87건으로 가장 많고, 화학공업(48건), 섬유(14건), 전기·전자(8건) 등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과 인도, 중국 등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잇따라 부과 받으며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으로 인한 저가수출이 각국의 수입장벽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반덤핑,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반덤핑이란 외국 특정제품이 자국 가격보다 싸게 수입돼 관련사업이 타격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상계 관세는 수출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율을 각각 3.89%, 57.04% 등 총 60.93%로 판정했다. 현대제철은 반덤핑 9.49%, 상계 관세율 3.89% 등 총 13.38%다. 앞서 지난달 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는 각각 64.7%, 38.2%의 관세부과가 결정됐다.

국내 열연·냉연강판에 대한 관세부과 여부는 오는 9월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단 해당 위원회에서 미국 상무부의 결정이 번복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곳은 미국 만이 아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3일을 기해 한국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에 향후 5년 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GOES 제품에는 37.3%의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 측은 이번 조치에 불복할 경우 ‘반덤핑 조례’ 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가 행정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제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철강업계가 덤핑 판매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관세결정 배경을 밝혔다.

인도 역시 최근 국내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고 관세율을 확정했다. 예비판정 결과 포스코는 45~55%, 현대제철에는 25~35%의 관세율이 부과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관세 부과대상이 된 한국산 열연강판은 지난해 약 188만2800t이 인도로 수출됐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약 8억5353만 달러(약 9388억원)다.

◇ 국내 철강업계, 관세폭탄 대응방안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열연강판 116만t을 수출했다. 금액은 5억4700만 달러(약 60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는 전체 열연강판 수출물량의 80%를 차지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열연강판에 대해 60%에 달하는 관세율이 적용되면 가격 경쟁력 훼손에 따라 포스코의 대미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악화가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재승 연구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해당 제품에 대한 영업이익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국내 철강업계는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불러올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포스코는 철강제품의 약 절반을 해외로 수출한다. 무역규제가 확산되면 우리 수출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지 철강업계나 통상 당국과의 대화채널을 강화해 사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폭탄 결정에 포스코는 법적대응 등 정면돌파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무역법원 항소 및 WTO 제소’라는 카드를 꺼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포스코가 한국 정부로부터 전기요금과 각종 세제의 특혜성 지원을 받아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철강을 생산·수출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는 사실이 아닌 만큼 WTO에 제소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자동차·조선·기계산업 등 제조업의 근간이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세폭탄으로 철강업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중국 저가 공세에 공급과잉… 자국 산업 보호 강화

철강 무역을 둘러싸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전 세계 철강 업계에 전례 없는 보호주의 광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 철강협회 자료를 인용해 올 상반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85건의 철강 관세가 도입됐다고 밝히면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수치로 전 세계에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값싼 물량 공세로, 이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공세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근 고조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발표한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압력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반덤핑이나 상계 관세 등 철강 수입 규제와 관련된 제소 건수가 올해 들어 5월까지 총 36건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미국 상무부가 철강 수입과 관련해 조사한 사례는 총 64건으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무부가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소 건 중 철강 관련 제품은 무려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중국이 132건으로 가장 많다. 이는 미국의 총 반덤핑 및 상계관세 수입규제에서 4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항의하며 외국 기업의 활동 제한하는 규정을 발의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의 무역장벽 및 수입 규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반 자유무역주의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수입 규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65%로 반대(22%)보다 무려 43%포인트 높았다.

문제는 G2의 통상 마찰이 국내 철강 사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국내산 열연강판에 최고 6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중국산 내연강판에 대해 522%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면서 국내 철강사에도 최대 48%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KOTRA는 이에 대해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의 절차, 대처방안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 차원의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철강으로 인한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주 기자 ejcho@,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