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정부 지목 한국 선박 '루니스호', 석유 수천t 싣고 공해상 나갔다가 귀항

공유
0

미국 정부 지목 한국 선박 '루니스호', 석유 수천t 싣고 공해상 나갔다가 귀항

VOA, 마린트래픽 항적 자료 분석

[글로벌이코노믹 박희준 기자]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 선박과 환적 행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는 제 3국 선박을 대거 지목한 가운데 한국 깃발을 단 '루니스'호가 목적지에 입항하지 않은 채 공해상에 머물다 되돌아온 항적 기록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 국적 유조선 루니스호. 사진=베슬파인더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국적 유조선 루니스호. 사진=베슬파인더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을 통해 미국 정부가 지목한 제 3국 선박들의 지난 1년간 움직임을 확인한 결과 이중 최소 7척의 선박에서 선박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운항 기록이 포착됐고 이 가운데 환적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가장 많은 선박이 '루니스'호라고 3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북한의 해상 거래와 관련된 10페이지 분량의 주의보를 발표한 뒤 지난달 21일 이를 19페이지 분량의 주의보로 갱신했다. 갱신된 주의보에는 북한의 해상 불법 활동이 이뤄지는 4개 해역은 물론 북한 선박과 환적을 한 선박들이 이를 전후해 기항했던 항구 14곳이 명시됐다. 또 불법 환적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는 18척의 제 3국 선박과 유류 환적이 가능한 북한 선박 28척, 석탄 운송이 가능한 49척의 선박 정보를 공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판매되거나 공급될 수 있는 연간 정제유 양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주의보는 지난해 북한이 공해상에서 조달한 정제유를 263차례 북한 유조선을 통해 북한 내 항구로 옮겼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북한은 378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지난해 4월 11일 여천항을 출발해 다음날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약 200㎞ 떨어진 동중국해 공해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은 루니스 호는 사흘 뒤인 15일 같은 지점에서 신호를 보냈고, 18일과 26일 추가로 두 차례 같은 장소에서 위치 정보가 확인됐다.

AIS 신호만 놓고 보면 루니스 호는 당초 차항지로 신고한 싱가포르에 입항하지 않은 채 2주 동안 공해상 같은 자리에 머문 것이다. 이후 루니스 호는 북부 해상을 향해 운항을 시작해 같은 달 29일 울산 항에 도착했다.

VOA 보도에 따르면, 루니스 호는 당시 동중국해에 도착하기 전 여천 항에서 석유를 실었고, 차항지 즉 목적지는 싱가포르로 신고했다. 마린 트래픽 자료에는 이 기간 루니스 호가 싱가포르에 입항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루니스 호는 지난해 5월에도 최소 두 차례 동중국해 공해상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기록을 남겼고, 6월에는 대만에서 북쪽으로 약 300㎞ 떨어진 해상에서 두 차례 머물다 한국으로 기수를 틀었다. 8월엔 동중국해 인근 해역으로 향하는 중 AIS 신호가 끊겼으며, 12월엔 저우산 섬 인근 해역에 머물다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을 하지 않은 채 되돌아갔다.

선박간 불법 환적 지역. 사진=미국 재무부이미지 확대보기
선박간 불법 환적 지역. 사진=미국 재무부


루니스 호가 머물다가 돌아간 동중국해 공해상과 대만 북쪽 해상, 저우산섬 인근 해역은 모두 미국 재무부 등이 보고서에서 주요 환적지로 지적한 곳과 일치한다고 VOA는 지적했다.

루니스 호가 차항지로 보고한 항구에 실제 기항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루니스 호는 매번 한국 항구를 떠날 때마다 항만청에 차항지를 싱가포르와 베트남, 해상구역(Ocean District) 등지로 신고했다. 횟수로는 싱가포르가 가장 많았는데, 마린 트래픽 지도에 따르면 이 기간 루니스 호는 싱가포르는 물론 베트남에 기항하지 않았다.

루니스 호의 지난 1년간 항적을 표시한 마린 트래픽 지도. 사진=VOA이미지 확대보기
루니스 호의 지난 1년간 항적을 표시한 마린 트래픽 지도. 사진=VOA


마린 트래픽의 위치정보 자료는 일부 지역에 따라 수분 혹은 수시간 단위로 일부 항적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지만 먼 거리의 항구로 항해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항적이 포착되지 않는 경우는 AIS를 의도적으로 껐을 때가 유일하다고 VOA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상 운항이 가능한 싱가포르 항구를 방문하면서 AIS를 껐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싱가포르에 기항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VOA는 풀이했다.

루니스 호는 석유 등 유류제품을 실을 수 있는 6500t급 유조선이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VOA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루니스 호가 공해상으로 향할 당시 한국 해양수산부에 신고한 정유제품 적재량은 6300t에서 6500t 사이였다.
2017년 이후 루니스 호 한국 출항 기록. 사진=유기준 의원실.VOA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 이후 루니스 호 한국 출항 기록. 사진=유기준 의원실.VOA


유기준 의원은 VOA에 “루니스 호가 2017년 이후 한국에서 총 27차례 정유제품 16만5400t을 싣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 중 울산에서 출항한 5차례 중 4차례는 출항 시 차항지를 해상구역(Ocean District)으로 신고해 항만운영 시스템상으로 과연 이 제품들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니스 호의 운영은 선주사에서 선박을 빌린 용선회사가 맡고 있으며 현재는 다른 회사에 재용선을 줬다고 VOA는 전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