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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찬성] 한빛1호기 수동정지, 한국 원전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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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찬성] 한빛1호기 수동정지, 한국 원전 과연 안전한가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원자력공학 박사)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지난달 10일 발생한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급등사건으로 재연되고 있다. 탈원전 지지자들은 원전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 원전의 설계상 안전성을 강조하며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지는 찬반 양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특별기고문을 실어 ‘탈원전’의 상반된 논점 소개와 독자들의 정책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느닷없이 앞선 10일에 발생한 한빛원전 1호기의 수동정지와 관련된 문제점이 있다고 공개하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공개와 즉각적인 조치가 없음에 따라 국민들에게는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로 다가온 것이다. 때마침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를 다룬 드라마가 일반에 공개된 시점이라는 점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이번 한빛원전 1호기 사건은 산업화 시대에서 만연된 ‘안전 신화의 허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단정 지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절대 안전하다고 믿은 원자력발전소가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1979년)를 계기로 중대사고로 번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 국제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동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에서 보듯 인간의 공학적 대응은 자연 앞에 겸허해야 하고, 사용후핵연료의 안전성, 복합재난의 위협, 국가재난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대형 원전사고들에 인간적 대응이 그때 한시적으로만 그쳤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빛원전 1호기 사고가 체르노빌 사고에서 배울 수 있었던 정지 저출력에서 원전이 가지는 위협을 제대로 절차나 시설·제도에 반영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원자력계와 정부는 체르노빌과 비교하는 것은 과장된 위협이라고 비난하면서 제한적 위험만이 존재했던 상황일뿐이라고 발표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체르노빌과 한빛원전은 설계특성의 차이로 소위 1만% 수준의 출력폭주라는 상황은 없지만, 설계 범위에서 단지 수백%까지의 순간적인 출력 증가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한 현재의 지식과 경험이다.

그러나 원자력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국민들에게는 출력 급증이나 폭주는 동일할 것이라는 점을 전문가들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를 한때나마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것’임을 깨닫고 대국민 대응을 했어야했다.

이미 해외의 원전사고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원자력의 특성상 출력이 낮을수록 더 빠른 출력증가율을 가지는 것을 감안해 저출력 상태에서의 인적, 제도적, 설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했음에도 그러지 않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보인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은 일상적인 구태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고 말았다.

‘발전소 정지’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규제기관이 얼마 전까지 열 출력과 중성자 출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은 해외원전 사고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관리체계를 우리도 여전히 반복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당연히 운영기술지침에 제시된 열 출력 5% 이상을 초과해 18%의 중성자 출력을 판단하고 즉각정지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이를 확인한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가 조치를 수행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도 이번에 확인했다. 빨리 고쳐야 할 제도의 허점인 셈이다.

불과 수초만에 발생한 해외의 참혹한 원전사고를 보고도 행정체계의 지연으로 긴급하게 기술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사고 수습을 더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뒤늦은 정보 공개와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같은 원전에서 이미 20년 전에 출력 증가 사고가 있었음을 확인하고도 한수원 측은 여전히 운전원의 판단과 인지 저하에 따른 부정확한 작동을 원인으로 보거나 사고 초기대응에서 무자격 운전원의 논란을 오랜 관행이라고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출력급증으로 수동정지 사태를 빚었던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오른쪽)의 모습. 왼쪽은 한빛원전 2호기.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10일 출력급증으로 수동정지 사태를 빚었던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오른쪽)의 모습. 왼쪽은 한빛원전 2호기. 사진=뉴시스

국가기간산업의 구성원으로 철야 시험과 운전에 임하는 한수원 종사자들의 노고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시절 원자력의 경제성 제고와 정비기간 단축이라는 명분으로 더 짧은 시험과 검사를 선택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바꿔버린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문을 한 번쯤 가져야 한다.

한빛원전 1호기 사고는 기존의 2일 이상 소요되는 제어봉 성능시험을 반으로 줄인 새로운 방법으로 2번 실패하고, 절차에 따라 익숙하지 않은 기존방법으로 시험하다가 부주의와 판단 착오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동 중에 잦은 원자로 정지를 유발하는 안전장치들을 제거한 것은 편의를 위해 안전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 정확하고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면 시간 단축의 대가로 안전을 놓친 게 없는 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다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교훈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자력발전 30여 년의 한국원자력은 이제 한 번쯤 리셋(RESET)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