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혈관도 마찬가지다. 혈관의 폭은 제한이 되어 있는데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다 보니 너무 많은 영양소를 나르게 되고 중간에 떨어지는 것들도 있고 어느 곳에서는 길이 막혀 버려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고속도로에서의 병목 현상과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을 분해하는 시스템에 무리가 와서 효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과하게 공급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소위 말하는 염증이 발생되기도 한다.
특정 음식을 많이 섭취하다 보면 해당효소의 생산에 과부하가 걸려 인슐린의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당뇨라는 질병으로까지 발전된다. 음식 섭취가 충분히 많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우리 몸속의 혈관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도록 놓아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식을 하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든가 가끔 단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좁은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 세계 인구가 과거 50여 년 전에 비하여 음식 섭취량이 증가 추세에 있고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나라 사람들의 일일섭취량이 하루 필요한 양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비만의 문제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식사나 간식을 한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의 근본적인 문제 중에 하나는 인간이 느끼는 입맛은 높아질 수는 있어도 낮아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번 맛있는 것을 먹어 보게 되면 그보다도 더 맛있는 것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입맛뿐만 아니라 시각이나 청각 나아가 촉각도 마찬가지다. 좋은 옷이나 생활용품을 사용해 본 적이 있고 멋진 곳을 가 본적이 있으면 그 보다 나은 곳을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 음악도 아름다운 선율의 세계 정상급의 음악을 듣던 사람이 아마추어의 음악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좋은 차를 타보고 편안한 승차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비좁고 불편한 값싼 자동차를 선택하려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보면 비만이나 질병은 우리 마음을 다스리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분하게 명상 속에서 주워진 것에 대하여 충족함을 느끼며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이 바로 건강을 향한 출발점인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