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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만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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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만 고치나

산업1부 오만학 기자
산업1부 오만학 기자
“현재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매우 기형적인 구조다. 완제품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이지만 부품분야에서는 자급할 능력이 안 돼 전부 외국에 의존한다. 진정한 전자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적극 나서 부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 회장은 지난달 초 본지 인터뷰에서 부품산업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50여 년 동안 전자산업 분야에 몸담아 온 전자정보산업 업계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나 회장 외에도 수많은 업계 원로들이 부품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난 현재 일본 정부의 날갯짓 한 번에 우리 전자 부품소재 분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우리 기업에 대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부품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업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급기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황급히 일본으로 날아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부품산업을 외면해온 결과가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는 얘기다. 특히 여러 원로들의 경고에도 부품소재를 적극 육성하지 않았던 정부로서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소재와 장비에 투입되는 연구개발(R&D) 예산은 456억 원으로 2014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또한 디스플레이 R&D 예산은 2010년 268억 원에서 지난해 149억 원으로까지 삭감됐다. 부품소재 육성은커녕 오히려 숨통만 더 조였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려는 의지가 정부에게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분히 예상한 만큼 잘 대응 하겠다’는 변명만 있을 뿐 일본에 의존하는 무역구조를 바꾸려는 근원적 처방이 없다.

일본은 이미 제2, 제3의 수출규제 품목을 준비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자립기반을 닦아주지 못해 우리 기업들이 대외 리스크에 가슴 졸이는 구조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