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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빚 권하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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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빚 권하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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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해 금융증권부 기자
"한방이면 손실을 복구한다" 주식에 빠진 한 선배가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그 선배는 손실을 보아도 자신이 넘쳐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 비결에 관해 설명을 들으니 레버리지(차입)투자와 관련이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손실을 쉽게 복구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투자금 1000만 원에 손실 10%를 입었다고 하자. 반토막이 나면 원금은 500만 원으로 손실률은 50%다.

단 500만 원으로 원금 1000만 원을 회복하려면 100%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손실이 클수록 본전회복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는 게 레버리지(차입) 투자라고 꼭 집어 설명했다. 500만 원을 빌려 1000만 원을 투자하면 50%의 수익률로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1500만 원을 빌려 2000만 원을 투자하면 25%의 수익률로 가능하다. 10%∼20%의 오를 수 있는 확실한 종목에 투자하면 하루만에도 손실을 회복한다고 비결인 것처럼 열변을 토했다.

요즘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를 보면 그 선배가 생각난다.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 금리이벤트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서비스는 주식매수를 할 때 필요한 부족금액을 신용대출로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 대상은 비대면 신규와 휴면고객이며, 180일 한도로 금리는 연2.99%를 제공한다. 과거 180일동안 신용공여금리가 약 연 9%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파격이다.

혜택기간도 늘고 있다. 교보증권은 최초 1년 동안 연 3.9%, 하이투자증권은 3년동안 연 4.5%의 금리를 혜택을 준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도 기간, 금리 등에서 차이가 있으나 이와 비슷한 이벤트 중이다.

언뜻 신용거래융자 이벤트는 투자자에게 선심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 속내는 최근 거래무료수수료 열풍과 관련있다. 중소형사, 대형증권사의 고객확보경쟁으로 거래무료수수료가 대중화된 상황에서 거래수수료의 수입이 신통치 않자 신용거래융자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혜택을 입는 개인투자자가 정작 걱정이다. 이 빚으로 더 큰 수익을 내면 문제될 게 없다.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동안 투자자별 주식투자 성적표에서 개인은 평균 8% 손실을 입었다. 레버리지를 썼으면 실제 손실규모는 훨씬 컸을 것이다.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더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절정인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69.41포인트(3.09%)나 떨어졌다. 이날 거래대금이 8조6452억 원으로 올해들어 거의 최고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신용거래융자를 쓴 개인의 반대매매물량도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을 빌려준 증권사에 영향은 거의 없다. 신용거래융자금에 대해 주식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종목에 최소담보유지비율을 정하고, 주가하락 등 담보의 추가납부 사유가 발생하면 상환기일 전이라도 필요수량만큼 임의로 반대매매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안좋으면 개인투자자의 계좌만 피멍이 드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위험투자다. 빚으로 하는 투자는 초고위험투자다. 투자경험, 투자지식, 투자자금 등 전체를 따져 자격이 되는 개인투자자에게 신용거래융자를 허용하는 것이 맞다. 신용거래융자 가능종목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가격이 급등락하는 테마종목이 아니라 코스피200, 코스닥150같은 우량종목 위주로 신용거래융자 종목을 좁히는 식의 투자자 보호장치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그 선배는 어떻게 됐냐고?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빚의 좋은 면만 봤으니 변덕스런 시장에서 생존은 어려웠을 것 같다. 8.8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