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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재파업-본사 점거 가스공사, 도로공사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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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재파업-본사 점거 가스공사, 도로공사 전철 밟나

지난달 말 1차 파업, 10일 2차 파업에 대구본사 사장실 점거농성 등 '판박이' 우려 목소리
양상 같지만 비정규직 처지는 달라 노사 대응 주목..."정부 가이드라인이 갈등 부추겨"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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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이 1월 28일 청와대 앞에서 가스공사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난달 28일 파업 하루 만에 철회했던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다시 본사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 돌입과 함께 본사 사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가면서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사태와 '판박이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 비정규직과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간 '처지'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스공사 비정규직 파업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

12일 가스공사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가스공사 비정규직 근로자 90여 명은 전날인 10일 대구 가스공사 본사 사장실을 점거한 이후 사흘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선 지난 7일 가스공사 본사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00여 명은 지난달 말 파업에 이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10일 사장실 점거 당시 베트남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예정대로라면 13일까지 해외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본사 직접고용 시 공개경쟁채용 대신 '전환채용'을, 고령친화직종인 미화업무 근로자의 정년 65세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가스공사 본사가 직접고용 인원은 공개경쟁채용을 통해 고용하려 하고, 본사 정년기준을 구실로 미화시설 근로자 정년도 60세로 5년 단축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가스공사는 파견직과 생명·안전 분야는 직접고용을, 미화 등 다른 직종은 자회사 방식으로 나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며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지난 2017년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도 규정돼 있는 내용이라는 게 가스공사의 설명이다.

또한 직접고용 직종은 '공공기관 채용의 공정성·형평성'과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모두 감안해 공개경쟁채용을 하되 기존 비정규직에게 가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자회사로 전환되는 미화·시설관리 근로자는 65세 정년을 그대로 인정하고, 채용방식도 '전환채용' 방식을 취해 고용안정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가스공사 비정규직 파업은 자회사 방식을 거부하고 본사 직접고용을 고수하며 파업에 이어 본사 점거농성까지 벌인다는 점에서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파업과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과 매우 흡사하다.

두 공사의 파업과 본사 점거농성을 주도한 근로자들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가스공사 공공운수노조 , 도로공사 민주일반연맹)이라는 점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두 공사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애초에 본사 정규직원으로서 이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또한 도로공사가 용역업체 소속이 된 요금수납원들을 계속 직접 관리감독해 온 점 때문에 대법원, 대구지법 김천지원 등 사법부는 요금수납원의 파견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본사에 직접고용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에 소방, 특수경비, 미화, 전산 등 가스공사 비정규직인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총 1200여 명 중 파견 근로자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으로서 이들은 본사 정규직이었던 적도 없고 근로자 지위 관련 소송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가스공사 본사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 제2노조인 '더 코가스 노동조합'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우리 일터가 외부인들에 의해 점거됐다. 사측은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고, 제1노조이자 점거 농성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같은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소속 한국가스공사지부도 자사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가스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과 점거농성을 강행하는 근본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지난 2017년 7월 발표된 정부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아 애꿎은 공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스공사 본사와 비정규직 근로자는 서로 '우리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가이드라인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공공기관 중 67%가 자회사 방식을 채택했고,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10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의 82%가 자회사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요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작업이 자회사 방식을 중심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양상이지만, 가스공사의 경우 2년 넘게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달려온 만큼 파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