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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자금 수혈받는 대한항공, 한고비 넘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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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자금 수혈받는 대한항공, 한고비 넘겼지만…

산은·수은 1조2000억 원 지원 결정…대한항공 코로나19 속 숨통 트일 듯
대한항공 “조기 정상화 위해 노력 다할 것…3자 연합과 지분 경쟁도 중단”

24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24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사진=대한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존 절벽에 내몰린 대한항공이 정부로부터 1조2000억 원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숨통을 트게 됐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 등이 대한항공에 지원하는 1조2000억 원은 △운영자금 2000억 원과 △화물운송 매출채권 담보부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 원 △전환권이 부여된 영구채 3000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지난 22일 정부가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회 처리 시간 등을 고려해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을 통해 먼저 긴급 지원키로 한 신속 조치다. 산은 등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가 국내 대형항공사에 지원하는 금액은 모두 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애초 정부는 고사 상태에 빠진 항공업계 지원을 약속한 이후 실질적 지원 대책을 바로 내놓지 못했었다. 다만 저비용항공사(LCC)에 3000억 원을 지원하고 각종 공항시설 사용료·임대료 감면·납부 유예 등의 지원책을 내놨었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방안은 빠져있었다.

국제선 이용 여객 급감과 노선 중단 등으로 현금 유입이 제로에 가까운 가운데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도 직격탄을 맞아 급여 반납, 휴직, 유휴부지 매각 등 위기 대응에 나선 상태였다.

이번 산은과 수은의 선제적 지원으로 위급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대한항공은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0%대에 그치고, 120개 노선 중 90여 개 노선을 중단했다. 인건비 등 매월 고정비가 4000억 원가량 지출돼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입 없이 단순 계산으로 2분기 만 1조 6000억 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한국항공협회는 코로나19 쇼크로 국적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대한항공은 당장 1분기 영업손실이 24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게 시장 전망치다.
유동성 위기도 심각하다. 대한항공은 이달 2400억 원의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회사채를 포함해 자산유동화증권(ABS), 차입금 등 갚아야 하는 채무는 총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원장 출신인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이 지난 10일 대한항공 대책회의에서 “대한항공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정부와 금융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말한 것도 회사 유동성이 크게 압박받고 있어서다. 수입이 없는 만큼 금융지원을 통한 유도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자금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 10일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 자산유동화증권(ABS)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아시아나 ABS를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미래 항공권 매출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오는 항공운임채권 ABS가 하향되면서 조기 상환 압박도 커졌다.

대한항공은 급여 반납과 동시에 순환 휴직, 유휴부지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급여 반납과 순환휴직이 차지하는 비용 절감은 미미할 뿐 아니라 추진 중 유휴부지 매각이 단기간에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도 “사실상 모든 국제성 운항 중단으로 대한항공으로선 현금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가 나가는 데다 금융 비용도 지출되어야 하는 만큼 정부 지원이 없으면 도미노 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이번 산은과 수은의 지원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조짐 속에 글로벌 노선이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추가 충격은 더 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규모에 따라 향후 상황 변화는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정부 지원금으로도 버티기 힘들 수 있다”며 “2차 충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이번 정부 지원 결정에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국책은행에서 적시에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대한항공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 및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선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3자 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도록 하고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전념하도록 할 것”이라며 “자본 및 고용집약적인 항공산업이므로 직원의 안정적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자산매각 및 자본확충 등 자구 노력에 매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대기업에 대한 지원 취지에 맞추어,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부문의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