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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본 코로나19 전략물자가 된 마스크 부족에 KO…추락한 세계 3위 경제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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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본 코로나19 전략물자가 된 마스크 부족에 KO…추락한 세계 3위 경제 대국

사진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 BYD의 ‘N95 마스크’ 생산 라인의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 BYD의 ‘N95 마스크’ 생산 라인의 모습.

의료용 마스크가 부족한 일본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그것은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의료를 지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국제정치학자 무츠지 쇼지는 말한다.

■ 코로나19로 전략물자 변신한 마스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만연한 세계에서는 의료용 마스크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고, 동맹국 간의 생색내기 싸움도 비일비재하다.

코로나19 만연에 따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 시대의 ‘국방생산법’에 따라 설령 상대방이 동맹국일지라도 의료용 물자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4월 초 정부 명령을 어기고 독일에 수출된 미제 마스크가 태국 방콕을 통과할 때 몰수당하자 이를 발주한 베를린주는 동맹국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공식 비판했다.

감염자·사망자 모두 세계 제일의 미국은 마스크 확보에 특히 필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4월 초순 프랑스 파리 일대를 포함한 일드 프랑스 주지사는 미국인 바이어가 2배, 3배 가격으로 마스크를 매점하고 있다고 불평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본은 열세에 놓여 있다.

일본은 기밀성이 높은 마스크 N95의 약 30%를 수입에 의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의 확대로 해외에서의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마스크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아베 총리는 4월 7일 전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을 배포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료용 마스크 추가 조달은 이보다 뒤로 밀린 결과 후생노동성은 4월 14일 의료종사자에 대해 원래 일회용 N95를 살균해 재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 국내 증산 지연에 중국제품 의존 불가피

의료용 마스크 부족이 표면화되자 아베 총리는 4월 16일 경단련과의 화상회의에서 팔리지 않으면 국가가 사들인다며 국내 기업에 마스크 증산을 요청했다. 이것을 받아 도쿄의 마스크 메이커가 국내 공장의 설비를 확대해 8월까지 1개월 200만 매의 N95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의사회에 의하면 1개월당 3,000만 매의 N95가 필요하고, 현재 상태로서는 국내에서 증산해도 이 목표는 멀다.

그런 일본 앞에 나타난 것이 중국 메이커다. 마스크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던 4월 12일 소프트뱅크는 중국 메이커 BYD와 제휴해 1개월당 의료용 마스크 2억 매, N95를 1억 매를 각각 5월부터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세계 전체 N95 생산량의 절반 정도는 중국산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BYD는 전기자동차 메이커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대한 2월부터 마스크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지금 세계 굴지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BYD의 N95는 아직 일본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목표대로의 공급 체제가 갖추어지면, 의사회가 요구하는 필요 매수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 불량품 많은 중국…BYD제 마스크 품질은

중국산 마스크에는 품질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각국이 수입을 늘린 중국산 마스크 중에는 기밀성 유지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불량품도 많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 불량품이 돌면 의료종사자의 집단감염마저 발생할 수 있기에 미국은 4월 24일 66개 중국 기업에 국내 마스크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BYD는 대상이 되지 않고 노골적인 불량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BYD의 N95가 일본에서 공급되는 것은 급박한 의료 현장을 지원하고 코로나19 감염의 확대를 막는 데 일조할 것이다.

■ 중국의 마스크 외교 확대에 속수무책

다만 그 중요성이 높은 만큼 BYD 마스크 수입은 외교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의료용 마스크는 이미 국제적인 전략물자가 됐다. 이 가운데 N95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마스크를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업체에 대해 국내 마스크 수요를 우선시키라고 통보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진출지역의 정부·지자체 등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까지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마스크를 이용해 우방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4월 6일 이탈리아에 20만 장의 N95를 포함해 220만 장의 의료용 마스크를 보냈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세계전략 ‘일대일로’ 구상의 유럽에 있어서의 중요한 거점이다. 역시 5월 5일 감염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싱가포르에도 2만 장의 N95를 포함한 62만 장의 의료용 마스크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아래 소프트뱅크 경유라고 해도 BYD의 N95가 일본의 의료 현장을 지지하는 상황이 일상화되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 마스크가 안보 물자가 되는 전환기 도래

평시에만 해도 식량이든 에너지든 필요성이 높은 물자를 공급하는 쪽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일본이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쉬운 것은 안전 보장 측면에서의 의존만이 이유가 아니라 식량이나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긴급상황인 지금 N95는 이러한 물자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무역 투자 인바운드 등에서 해외에 의존하는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 결과 각국은 지금까지의 글로벌화 흐름을 역전시켜 경제적 효율을 무시해서라도 필요 물자를 가능한 한 국내에서 확보하는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동맹국끼리 치고받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일시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전략물자가 된 마스크를 특정 국가에 계속 의존하는 것은 외교적 위험이 너무 크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감염증 대책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 방호복, 의약품 등의 의료용품이 모두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향후, 코로나19의 제2파, 제3파가 온다고 상정하면 일본은 식량 안전 보장이나 에너지 안전 보장과 함께 마스크 안전 보장을 국책으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