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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 겪는 한국 디스플레이, '나노 디스플레이'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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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 겪는 한국 디스플레이, '나노 디스플레이'로 돌파

삼성·LGD, '나노 디스플레이' 개발 총력전…'QLED' vs '나노셀'
"만리장성도 넘지 못하는 견고한 성 쌓아야 디스플레이 전쟁 승리할 것"

LG전자 모델들이 'LG 65형 나노셀 8K TV'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모델들이 'LG 65형 나노셀 8K TV'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싼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업체들의 인해전술, 낮은 투자 효율성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알려진 '나노 디스플레이'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부진의 늪에 빠진 글로벌 패널 업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잠시 반등의 기미가 보였던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최근 다시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5월 LCD TV용 패널 가격은 4월에 비해 32인치 8.3%, 43인치 8.0%, 55인치 4.5% 하락해 4월 패널 가격 하락률의 두 배를 넘었다. 4월 패널 가격 하락률은 32인치 5.3%, 43인치 2.6%, 55인치 1.8%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시장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 전망과 달리 BOE, CSOT, 톈마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이 코로나19 후유증에서 재빨리 벗어나 예년 수준의 패널 생산량을 회복한 데 반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영향으로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와 유럽 수요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패널 생산 차질은 걱정했던 것보다 소폭에 그쳤지만 수요 감소 폭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디스플레이 업황은 코로나19에 따른 역풍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LCD TV 패널 가격 하락세. 자료=유진투자증권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LCD TV 패널 가격 하락세. 자료=유진투자증권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날개를 단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 확산 움직임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 한국 업체들을 LCD 패널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의 시장교란 정책이 LCD를 넘어 한국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잘 보여주듯 중국 정부는 2018년과 2019년에 BOE, CSOT, 비전옥스, 티안마, HKC 등 주요 업체들의 OLED 신규 팹(Fab)에 각각 22~32억 달러(약 2조6494억~3조8537억 원)를 투자했다. 팹은 반도체 칩 등의 일관생산 공정을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의 준말이다. 업계는 OLED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우 연구원은 "아직 중국 업체들의 품질이 매우 낮아 삼성 디스플레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향후 후발 업체 품질과 수율이 개선되면 OLED에서도 TV용 LCD와 같은 진흙탕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 대비 낮은 투자 효율성도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지난 10년간 투자 대비 영업이익 회수율은 121%를 기록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투자 대비 영업이익 회수율은 29.8%에 그쳤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10년간 투자한 금액의 120% 정도를 영업이익으로 회수했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은 투자한 금액 가운데 고작 30% 정도만 영업이익으로 거둬들였다"며 "이는 디스플레이에 투자된 유형자산은 반도체에 투자된 유형자산의 1/4 정도 가치 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제공

◇삼성디스플레이·LGD "원가 싸고 기술적 난도 높은 나노 디스플레이로 불황 넘는다"


이에 따라 투자기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황을 암울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노 디스플레이를 제시하고 있다.

나노 디스플레이는 나노미터(1nm=10억 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입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로 빛 파장을 정교하게 조정해 기존 LCD 패널보다 색을 더욱 세밀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특히 나노 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보다 생산 원가가 싸고 기술 난이도가 높아 중국업체들이 쉽사리 인해전술을 펼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최근 나노 디스플레이를 기축으로 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CD 매출 제로'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세우고 퀀텀닷(QD)-OLED와 더불어 초미세 크기의 '나노 블루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QNED)' 개발을 추진 중이다.

QNED는 빛을 내기 위해 무기화합물인 갈륨질소 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해 OLED 한계인 '번인(장시간 같은 영상이 한 곳에 비춰 색상이 번지는 현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오는 2023년부터 QLED 양산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사업 몸집 줄이기' 전략의 하나로 관계사인 LG전자와 함께 OLED TV와 '나노셀 TV'를 통한 프리미엄 TV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나노셀은 1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를 LCD셀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지난달 국내에서 65형 8K 나노셀 TV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중 또 다른 8K 나노셀 TV도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올해 LG 나노셀 8K 인공지능(AI) 씽큐 모델을 지난해 대비 크게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공격 경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첨단기술을 갖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