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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지 않은 세 가지 현실적 이유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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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지 않은 세 가지 현실적 이유는 무엇?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여정(오른쪽)으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후 악수하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여정(오른쪽)으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후 악수하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올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장문의 담화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핵 폐기 대신 핵 군축을 위한 협상에 끌어들이려는 협상의 문턱을 낮추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은 국제정세를 무시한 독선적인 것으로 자신을 위기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여정 담화는 “미국인들이 연일 발신하고 있는 우리에 대한 괴이한 신호를 보도를 통해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미 언론에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점과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존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한일 방문 중임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북-미 대화의 의제를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미국의) 적대시 철회를 북미 대화 재개의 틀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의 일부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담화는 “비핵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은, 우리의 행동과 병행해 다른 쪽(미국)의 불가역적인 중대조치가 동시에 강구되어야만 가능하다”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도록 요구했다. 문맥상 중대조치는 ’제재 해제‘가 아니라 ’군사적 위협 제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평양 주재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부한 국무위원장의 위신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로 뚝 떨어졌다. 다시 위신을 되찾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내비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할 태세다. 담화도 미국의 압박에 대해 우리 지도부는 언제까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담화가 꼽는 북한의 요구는 절대 통하지 않는 이유로 세 가지가 꼽히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담화가 다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위협이 되는 모든 핵무기의 전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북한만 겨냥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내건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

둘째, 담화는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에만 전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 철회,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주한미군 감축 철수 등을 요구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유엔 제재 결의는 미국의 의향만으로는 좌우할 수 없다. 일본 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미국과 일치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최근 한반도 밖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병사는 대부분 로테이션 제로 움직이고 있으며 다른 전장에서의 실전 경험도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근교의 경기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기지는 한반도 서쪽의 황해 옆에 있어 장차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존재로 평가된다. 북한 정세만으로 주한미군 규모가 줄어들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뜻밖에도 담화가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담화는 미국이 북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이유로 인권 문제를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발표된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의 소추 가능성을 포함해 김정은 등 지도자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고 해서 용납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핵무기를 끌어안는 것만이 체제 존속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상태에 빠져 있다. 경제제재에 더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감염 확대로 북한 국내 정세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매체들이 전하는 대로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하게 된 미국인들의 심리변화를 TV 뉴스로 흥미롭게 보는 것은 아침 식사시간 때우기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기존의 네모난 북한 정부 담화에서 탈피해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당 위원장의 스타일을 답습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물이 바뀌지 않으면 북한이 보통국가가 될 수 있는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