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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메콩강, 미-중 충돌 새 전선으로…남중국해 세력다툼 재연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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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메콩강, 미-중 충돌 새 전선으로…남중국해 세력다툼 재연 양상

中, 동남아 젖줄 메콩강 강물제어 빌미
지역국가 투자 영향력 미국 추월 상황
美, 오바마 때 개발계획 자금지원 유지
하류지역국가 미국 영향력 후퇴 뚜렷

메콩강이 미국과 중국간 분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태국과 라오스 접경지역의 메콩강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콩강이 미국과 중국간 분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태국과 라오스 접경지역의 메콩강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을 관통하는 메콩강이 미국과 중국간 분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은 메콩강의 강물을 제어하고 있는 사실을 빌미로 메콩강 지역국가에 대한 투자와 영향력면에서 미국을 추월한 상황이라고 환경론자와 메콩강유역의 국가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중국의 영향력 강화와 비례해 메콩강 하류지역의 국가들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환경과 개발프로그램에 자금지원을 대부분 유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게는 메콩강 지역의 영향력이 쇠퇴해져 왔다.

미국과 중국간 메콩강 하류지역에 대한 세력다툼은 최근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메콩강 상류지역에 있는 11개의 중국댐이 하류국가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각기 다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 중국의 댐들에 의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및 베트남에 흘러들어오는 물을 광범위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메콩강의 수자원은 오랜기간동안 이들지역의 농업, 어업 뿐만 아니라 라오스의 수력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중국이 메콩강 물을 통제하면서 수로에 관련된 개발의제를 설정해 메콩강 프로젝트를 수십년간 추진하는 방법으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는 미국을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게 만들었다.

메콩 생태에너지네트워크(미넷·MEE NET, Mekong Energy and Ecology Network)의 위툰 펌퐁사차로엥(Witoon Permpongsacharoen)씨는 “이는 남중국해와 같이 미국과 중국간 지정학적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메콩강의 이같은 상황은 란창(Lancang)이라고 불리는 중국지역에서부터 출발해 베트남 삼각주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전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면서 이 강을 기반으로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는 6000만명에게는 매우 심각한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지난해 과거 최악의 가뭄에 휩싸여 메콩강 하루의 하천수위가 수십년만에 가장 낮았으며 수년만에 최악의 어획량을 기록했다.

이 지역의 한 미국대사는 중국을 4350Km(2700마일) 길이의 메콩강 상류에 있는 11개의 댐에서 담아두고 있으며 하류에 있는 국가들의 주민들 수백만명의 생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미국대사는 중국이 설립 25년째인 메콩강위원회(MRC)를 밀어내고 비교적 신생 정부간 기구인 란창-메콩협력(LMC)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RC는 냉전시대에 메콩강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만들어진 기구이며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정부와 협력해 메콩강과 그 자원의 공유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정부가 메콩강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역이외의 국가들은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의 의도적 도발


지난 4월 워싱턴은 자금을 제공한 보고서는 지난해 가뭄 때 중국의 댐이 물방류를 막았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계기로 미중간 경쟁이 설전으로 비화했다.

미국을 거점으로 하는 물을 전문으로 하는 조사 및 컨설팅회사 아이즈 온 어스(Eyes on Earth)는 위성화상과 MRC 데이터에 기반해 예측모델을 구축해 조사한 결과 지난 2010년경부터 메콩강 하류로 물이 방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머피(Patrick Murphy) 캄보디아 주재 미국대사는 “이같은 엄청난 발견에 매우 놀랐다”면서 “이는 이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메콩강의 수량감소 수준과 메콩강 하류지역 변화의 주된 원인이 중국측 상류에서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물의 저장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측은 즉각 분노를 표출했으며 태국 주재 중국대사관측은 “이 연구는 정치적인 동기에 따른 것이며 악의적으로 중국을 표적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주 중국의 환구시보는 이 보고서를 반박하는 중국 연구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제목은 “중국의 하천댐은 란창-메콩지역의 가뭄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라는 것이었다.

다만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사는 칭화(清華)대와 중국 수자원연구소의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지난 2019년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앞으로 중국의 댐이 가뭄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연구자들은 과학에 대해 논의하지만 메콩강 하류국가들로서는 신뢰와 권위에 관계된 일이다.

동남아시아와 중국과의 관계에 관한 책 ‘인 더 드래곤스 새도우(In the Dragon’s Shadow)의 저자 세바스찬 스트란지오(Sebastian Strangio)씨는 “메콩강 하류의 국가들은 중국의 외교적 언사를 거의 믿지 않지만 베이징의 영향을 받는 나라들은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트란지오씨는 “이들 국가들은 현재 중국에 생존과 관련한 자원을 의존하고 있으며 댐건설에 관해 중국정부에 공공연히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MRC국가들은 어느 편에 서는 것에 소극적이다. MRC 국가중 어느 국가도 미국과 중국의 연구 둘중 하나를 지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 미중 양국의 개별 협력그룹-MRC와 MLC


미국은 11년 전에 설립된 메콩가 하류 이니셔티브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입해왔다.

중국은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에 베이징이 후원하는 LMC는 메콩강 하류 5개국에 지원된 연구조성금을 위해 3억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LMC는 지난해 12월에 베이징에서 개최된 첫 각료급 회의에서 계획중 또는 진행중인 95개의 제안프로그램에 관한 로이터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 주도의 LMC는 매년 정례적인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있으며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포함한 수뇌회담도 계획하고 있다. 반면 별로 영향력이 없는 물과 환경당국자들이 타이정부의 MRC회의에 통상적으로 참석한다고 태국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마이클 디삼브리(Michael DeSombre) 주태국 미국대사는 LMC를 MRC의 ‘유사조직(parallel organisation)’이라고 비판했다. 디삼브리 대사는 “중국이 통제하는 자체조직을 만들어서 MRC와 협력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MRC와 협력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MRC의 당국자는 LMC와 중국간 협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을 한 이유중 하나는 MRC와 가맹국정부가 모두 470억입방미터의 저장량을 가진 중국댐 운영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베이징은 홍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을 언제 방류하지를 메콩강 하류국가들에게 통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하류지역의 국가들이 계획을 세우고 메콩강물의 흐름을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른 어떤 것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2월 LMC회의에서 인접국가와의 강화된 협력을 약속했지만 메콩강 하류지역 국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트남 당국자는 “중국은 건설적인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