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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코로나19 속 美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사망자 급증…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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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코로나19 속 美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사망자 급증…우리나라는?

지역별 사망률 급증에 미국 중독 문제 심화
불법 거래량 OECD 5위 한국도 해결할 문제

코로나19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먀약성 진통제' 중독과 사망은 우리나라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먀약성 진통제' 중독과 사망은 우리나라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속에서 미국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 높은 통증 잡는 '마약성 진통제', 코로나19에 미국을 삼키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는 수술 후 통증이나 분만과 같이 강도 높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우리가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염진통제 등 비마약성 진통제에는 '천장 효과'가 있어 복용량을 늘려도 일정 수준 이상 약효가 커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는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되며 아직까지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강한 효능의 비마약성 진통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중독'으로 대표되는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이다. 일찍부터 마약성 진통제 중독이 사회문제로 나타난 미국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으로 2018년에만 4만 6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2017년부터 마약성 진통제 중독과 관련한 사회문제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 오남용과 이로 인한 사망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왔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 마약성 진통제 생산량을 규제하고, 처방 건수를 3분의 1로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이 문제를 다시 끌어올렸다.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던 마약성 진통제 사망자는 최근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자택 대피령이 발령되면서 다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35개 주 이상의 지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와 관련된 사망률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오하이오 주의 프랭클린 카운티에서는 2020년 1분기에 약물 중독 사망이 2019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산타클라라 카운티 지역에서도 '펜타닐'과 유사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 한국, 엄격한 관리 속에서도 불법 거래량 많아

우리나라는 마약성 진통제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마약성 진통제 문제에서 안전할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마약성 진통제 처방량과 처방 기간 등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간혹 중독 등의 보도가 있지만 미국에서 나타나는 마약성 진통제 이슈와 같은 큰 심각성은 없다.

지난 6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발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다. 성인남녀 1020명 중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35.1%에 불과했다. 그 대처 방법에 대해 아는 경우는 11.3%에 그쳤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실태에 대한 자료나 연구가 부재하다. 관련 사망률 등과 관련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다.

더 큰 문제는 마약성 진통제의 불법 거래량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공개한 'OECD의 마약성 진통제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2~2016년 우리나라의 마약성 진통제 불법 거래량은 72.46㎏으로 회원국 평균보다 약 2.7배 많았다. 특히 이는 OECD 37개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치다.

마약성 진통제 문제 해결하기 위한 시작…비보존 '오피란제린' 기대감↑

미국에서 시작된 마약성 진통제 문제는 앞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이에 국내에서는 최근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과 그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들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 보건분야 '주요 입법 정책현안' 중 하나로 마약성 진통제 문제를 꼽았다. 환자 투약 내용과 관련한 실시간 관리체계 재정비와 오남용 의심사례에 대한 현장점검 강화 등 마약류 관리 강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인식을 바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마취통증학회에서는 매년 약물치료 연수강좌를 진행, 의사 대상 관련 약제 처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마약성 진통제 교육을 실시하고 리플릿을 전달하는 등 캠페인을 전개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능이 강한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 중에 있다. 그중 국내 바이오 기업 비보존의 '오피란제린'이 대표적인 신약이다.

오피란제린은 수술 후 통증을 중심으로 중등도 이상 통증에 적용 가능한 비마약성 진통제다. 비보존은 이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에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구를 일시 중단했지만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즉시 임상시험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과 사망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히지만 이 약물만큼 효과가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