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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조 낸 일본도 못 가졌다” 펜타곤이 멈춰버린 미 해군의 ‘심장’을 한국에 맡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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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조 낸 일본도 못 가졌다” 펜타곤이 멈춰버린 미 해군의 ‘심장’을 한국에 맡긴 이유

미국 본토 조선소의 몰락과 K-조선소의 역습... 70년 안보 빗장 풀고 한국 도크(Dock)에 상륙하는 미 전함들
단순 수리를 넘어 1경 원 규모의 미 국방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장악, 미국의 안보 생명줄을 쥔 K-방산의 블랙홀 전략
지난 1월 12일 정비를 받기 위해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입항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아멜리아 에어하트호'의 모습이다. 사진=HJ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12일 정비를 받기 위해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입항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아멜리아 에어하트호'의 모습이다. 사진=HJ중공업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 깊숙한 곳에서 수십 년간 지켜온 금기가 흔들리고 있다. 자국 조선소에서만 수행하던 미 해군 전함의 수리와 정비를 동맹국인 한국의 민간 조선소에 맡기는 논의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정비 외주를 넘어, 미 해군의 작전 효율성을 한국의 제조 역량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파격적인 신호다.

최근 국내 군사안보 전문가들과 K-방산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현재 미국 해군은 자국 내 조선 인력 부족과 시설 노후화로 인해 전함 한 척을 수리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최악의 병목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출범 2년 차를 맞이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안보 전략을 철저한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고착화하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이 천문학적인 자본 투입을 약속하며 미국의 경제적 환심을 샀다면, 한국은 미국의 텅 빈 병기창을 실물 제조력으로 채워주는 전략적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본토 조선소의 빈자리를 꿰찬 K-스마트 조선소


방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진짜 승부처는 무기 판매 대금이 아니라, 판매 이후의 관리 시장인 MRO(유지·보수·정비)다. 전 세계 미군 장비를 관리하는 이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약 1경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본토의 조선소들이 숙련공 부족과 설비 노후화로 무너진 자리를 한국의 압도적인 스마트 생산 라인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미국의 안보 예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으로 한국 방산이 직접 진입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미 해군 7함대의 심장이 한국에서 뛴다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제7함대의 전력은 이제 한국 조선소의 정비 역량에 따라 좌우될 처지다. 미국 본토까지 배를 보내 수리하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중국의 해군력 팽창을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도크에서 미군 함정의 엔진을 점검하고 시스템을 최신화한다는 것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미국의 작전 유지 능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게 됨을 의미한다.

보안의 장벽을 넘어선 안보 샴쌍둥이 전략


과거 미국은 첨단 함정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해외 정비를 극도로 꺼려왔다. 하지만 집권 2년 차를 맞아 해군력 재건 성과를 서두르는 트럼프 행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한국 조선소가 미 군함의 수리를 맡게 된다는 것은, 정비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데이터 공유가 불가피함을 뜻한다. 사실상 한미 양국이 군사 자산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안보 샴쌍둥이(생존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북핵 위협 아래 있는 한국에게 그 어떤 외교적 수사보다 강력한 실전적 억제력이 된다.

K-방산, 미국의 생존 인프라로 등극하다


이제 한국의 방위 산업은 단순히 수출 효자 종목을 넘어 미국의 국가 생존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되었다. 탄약이 부족하면 한국 공장을 찾고, 배가 고장 나면 한국 조선소에 기대야 하는 미국의 상황은 한국에게 유례없는 외교적 지렛대를 제공한다. 우리는 지금 무기를 파는 장사꾼의 시대를 지나, 거대 제국의 안보 생명줄을 실물 제조력으로 쥐고 흔드는 전략적 파트너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제조업의 힘

결국 이번 미 해군 함정의 한국 입항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선 사건이다. 미국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전함을 타국에 맡긴다는 것은, 기술적 신뢰를 넘어 전략적 운명 공동체임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본력보다 무서운 한국의 제조 파워가 펜타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금, K-방산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시장인 미국의 안보 생태계 속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