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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상에 공산주의 전향' 이중스파이 조지 블레이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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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상에 공산주의 전향' 이중스파이 조지 블레이크 사망

주한 英대사관 근무 중 6.25 발발 억류중 자본론 독파, 미군 무차별 폭격에 환멸
007 조직 英MI6 요원으로 소련 위해 간첩활동...체포 뒤 탈옥 소련 인민영웅 대우

26일(현지시간) 러시아서 98세로 사망한 영국 MI6 출신 이중스파이 조지 블레이크. 사진=위키백과
26일(현지시간) 러시아서 98세로 사망한 영국 MI6 출신 이중스파이 조지 블레이크. 사진=위키백과
26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숨을 거둔 영국 외교관 출신의 ‘이중 스파이’ 조지 블레이크(George Blake)가 공산주의자로 전향한 계기가 새삼 눈길을 끈다.

러시아 해외정보기관 대외정보국(SVR)의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을 통해 블레이크가 98세 나이로 사망했다고 공식발표했다.
1922년 네덜란드에서 유태계 영국인 상인가정에서 태어난 블레이크(본명 조지 비하르)는 2차세계대전 발발로 1940년 히틀러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점령하자 레지스탕스(저항군)에 몸담았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군에 자원입대, 특수작전부에 배치받아 활동하다 영국 외무성으로 옮겨 러시아어를 배워 1948년 한국에 외교관(주한대사관 부영사)으로 임명받았다.

블레이크에게 한국과 인연이 일생일대의 결정적 전환점을 안겨준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6.25동란)이었다.

블레이크는 서울을 점령한 북한 인민군에 억류됐고, 그 기간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은 영향에다 당시 민간인 주택까지 폭탄세례를 퍼부은 미군을 목격하고 공산주의자로 전향했다.

1953년 한국전쟁 종전 이전에 영국으로 돌아온 블레이크는 이미 소련 스파이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007시리즈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소속됐던 영국 정보기관 MI6의 동독지역 첩보망 지휘책임을 맡은 블레이크는 동유럽 내 영국 정보원 등 MI6 인적 정보를 소련에 넘겼다, 외무부로 복귀한 1956~1959년 기간에도 MI6 활동하면서 소련 스파이 활동을 해 왔다.

같이 활동한 소련 스파이가 체포되면서 블레이크는 위기를 맞았지만 영국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서방세계로 망명한 폴란드 정보요원이 정체를 폭로하면서 블레이크의 이중 스파이 행적이 탄로났다. 충격에 빠진 영국 정부로부터 4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당한 블레이크는 2년 뒤 탈옥에 성공, 소련으로 무사히 넘어갔다.
블레이크는 소련에서 ‘그레고리 이바노비치’ 이름으로 인민영 대접을 받았고, 소련 붕괴 후에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냉전시대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훈장을 받는 등 여생을 편안하게 보냈다.

이바노프 SVR 대변인도 블레이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그는 진정으로 러시아를 사랑했다”고 애도했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