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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신임사장에 국토부 관료 내정...'인국공 사태' 새 국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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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신임사장에 국토부 관료 내정...'인국공 사태' 새 국면 맞을까

주총서 김경욱 전 차관 추천, 이르면 이달 중 취임 예상...노조 "비정규직 문제 원전 재검토" 요구
노조원들 "자회사 정규직→본사 직고용 번복은 정부 압력 때문, 회사도 내부소통 부재" 주장
업계 "관료출신에 비항공 전문 내정자 사태 해결 미지수"...국토부·공사도 입장 요지부동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경욱 전 국토부 제2차관이 2019년 11월 차관 당시 정부세종청사 철도공사 노조파업 정부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에서 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경욱 전 국토부 제2차관이 2019년 11월 차관 당시 정부세종청사 철도공사 노조파업 정부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에서 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으로 국토교통부 출신 인사가 내정되면서 노조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인국공 사태)가 신임 수장의 첫 노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사장 내정자가 항공 부문 비전문가인데다 관료 출신이란 점에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인천공항공사와 노조·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7일 주주총회를 열고 제9대 사장 최종후보로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돼 온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김 내정자는 국토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취임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 하루 전인 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인국공 사태'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신임 사장에게 정규직 전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인국공 사태의 원전 재검토를 요구하는 근거로 4~5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국공 사태'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노조원 1000여 명의 98%가 "인국공 사태가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졸속 진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 응답 노조원 66%는 "정부 압력에 따른 정책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응답자들도 ▲내부직원 의견 미수렴에 따른 소통부재(21%) ▲청년들의 공정성 문제 야기(9%)라고 말해 대부분이 정부와 공항공사에 귀책 사유가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인국공 사태의 해법으로 노조 응답자의 53%는 "정규직 전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43%는 "외부 개입 없이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시행해야 한다"고 제시해 경영진(신임 사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공항공사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노조원들은 '구본환 전 사장이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 보안검색요원의 본사 직고용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와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3월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에 따라 전체 보안검색요원 1902명 중 제2여객터미널 보안검색요원 768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편제했다.

그러나, 3개월 뒤인 같은 해 6월 구본환 전 사장이 자회사 편제는 '임시 편제'라며, 경비업법 등 법적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한 뒤 본사에 직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020년 8월 12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47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020년 8월 12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47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구 전 사장의 발언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사실상 '전원 고용'이지만,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화'를 선언한 지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본사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입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개경쟁채용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 때문에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 중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실제로 보안검색요원과 함께 본사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공항소방대원 211명과 야생동물통제요원 30명은 지난해 구 전 사장 발표 직후 공개경쟁채용 절차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총 47명이 탈락해 해고가 결정됐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와 청년층 등의 거센 반발로 '인국공 사태'가 불거졌고, 와중에 구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보안검색요원 공개경쟁채용 절차는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신임사장이 임명돼 채용 절차가 재개될 경우 수백 명의 탈락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제1여객터미널 보안검색요원 중 일부는 본사 직고용을 희망하지만, 다른 보안검색요원들은 해고자가 발생한다면 차라리 본사 직고용보다는 자회사 정규직이라도 해고자 없는 고용안정을 원한다"면서 "2017년 문 대통령의 약속도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었지 '본사 직고용'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도 신설 자회사에 편제된 보안검색요원들의 근로계약 내용에서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제각각이었다는 점을 비판하며 정규직 전환이 졸속 진행됐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따라서, 47명의 해고도 졸속 정책에 따른 '부당해고'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탈락한 인천공항공사의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대 해고자들이 제기한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노조 장기호 위원장은 "인천공항공사의 일방적인 졸속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조직 내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면서 "신임 사장은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규직 전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노조과 협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경욱 전 차관이 복잡하게 얽힌 '인국공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이나 국토부가 현재의 본사 직고용 방침을 변경하거나 재검토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노조와 항공업계는 지적한다.

더욱이 김 내정자는 국토부에서 철도국장과 교통물류분야 담당인 국토부 제2차관을 역임했지만 공항·항공 분야 업무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신임 사장이 정규직화 문제를 새롭게 재검토할 지, 기존대로 진행할 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해당사자인 노조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공사 차원의 입장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임사장 취임 전이라 김경욱 내정자의 평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세계 주요 국제공항들이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에 무인화·자동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검색요원의 본사 직고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