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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신임 기장' 태운 인천공항공사, 재정난·노사갈등 '난기류' 뚫고 정상이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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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신임 기장' 태운 인천공항공사, 재정난·노사갈등 '난기류' 뚫고 정상이륙할까

CEO 장기공백 끝에 김경욱 사장 이달 취임...노조 "인국공사태 재검토" 요구 대립각 세워
코로나19로 18년만에 영업적자 예상, 창사 최초 해외채권 발행 추진 경영난 타개 안간힘
코로나 이후 글로벌허브공항 경쟁 대비 4단계 공사 4.8조 등 2024년까지 10조 차입 필요
'철도 민영화 관철' 신임사장 추진력에 기대감...국고지원 확대 추진 리더십 발휘도 관심

인천국제공항공사 본사 전경.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 본사 전경. 사진=김철훈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창사 23주년 만에 해외채권을 처음 발행한다. 지난해 밀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재정난을 해소하고,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과 공항 노후시설 개선공사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11일 공항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3억 달러(약 3500억 원)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현재 주간사를 모집 중이다. 앞서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1조 7000억 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던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해외채권 발행을 포함해 오는 2024년까지 총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면한 코로나19로 촉발된 재정난 타개는 물론, 현재 국고지원 없이 수행 중인 총 사업비 4조 8000억 원 규모의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2024년까지 완수하기 위해선 채권발행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자금 수혈을 통해 인천공항공사는 2024년쯤 연간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완수도 포스트코로나 이후 항공산업의 회복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시설로 코로나19 등 외부변수에 더는 발목이 잡혀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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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개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효율적으로 건설·관리·운영하기 위해 지난 1999년 2월 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따라 설립됐다.

이어 인천국제공항도 1992년 부지조성공사를 시작으로 9년여 작업을 거쳐 2001년 3월 개항했으며, 전체 5단계 건설사업 중 현재 4단계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률 10% 수준인 4단계 건설사업은 2019년 11월 기공식을 했으며, 오는 2024년까지 제2 터미널 확장, 제4 활주로 건설, 계류장·주차장·진입도로 확장 등을 단계적으로 수행해 완공 이후 국제선 여객 1억 명을 수송하는 '세계 3대 공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이후 국내외 항공 수요가 안정된 성장을 이뤄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2024년쯤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는 가정 아래 ▲2030년까지 매출액 5조 원 ▲항공운송(ATU: 여객수·화물량·운항횟수를 더한 항공운송지표) 세계 1위 ▲국민경제 기여도 55조 원 ▲고용창출 기여도 101만 명 ▲공항서비스 최상위 등을 인천공항 경영의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을 통한 위기 극복의 성공 여부, 정부의 재정지원 여부, 제5 활주로를 포함한 5단계 건설사업 일정 등은 '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인천공항공사의 발걸음에 무겁게 만드는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이 취임일인 2일 인천공항공사노조 노조원들로부터 출근저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이 취임일인 2일 인천공항공사노조 노조원들로부터 출근저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잇단 채권발행 '포스트코로나 대응 자금줄' 기대…신임 사장에 추진력 '기대', 노조와 갈등 '우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외부 위기 속에서 최고경영자(CEO) 공백이라는 내부 악재까지 겹쳐 그야말로 '고난의 경영' 시기였다.

이같은 수장 공백을 메울 신임 사장으로 이달 초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취임해 일단 인천공항공사로선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업계는 김 사장이 국토부 철도국장 시절인 2013년 당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인 2014년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인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으로 발탁된 점을 들어 앞으로 인천공항공사 경영에 추진력과 혁신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지난 2일 취임식에서 '낙하산 반대', '정규직 전환 원점 재검토'를 외치며 김사장의 출근 저지를 시도한 노동조합의 거부 움직임은 풀어나가야 할 난제로 꼽힌다.

노조는 김 사장이 2013년 철도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도 민영화'를 강행했다는 전례를 비판하고,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해결에 근로자 측과 대화를 중시하기보다는 정부 방침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대와 반대의 혼재 속에서 정부와 업계는 인천공항공사와 김경욱 신임 사장에게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능동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등 주변국가들이 공항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어 인천국제공항이 자칫 인프라 보완 시점을 늦추거나 내부 갈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할 경우 '허브공항 선점' 글로벌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최근 실적 추이. 자료=알리오
인천국제공항공사 최근 실적 추이. 자료=알리오

■ 투자 지표-실적과 전망

부채 관리 '양호', 매출액순익률 3%로 코로나19 피해 '막심'…국고지원 추진에 정부 '미온' 반응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자본금 3조 6178억 원에 지분 100%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시장형 공기업이다.

자회사로 인천공항운영서비스 등 5개사를 두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들과 함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출자하기도 했다.

세계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비상장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하게 부여한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해외채권 발행을 위해 S&P, 무디스 등으로부터 국제신용등급을 받을 예정이며, 지난 4일 인천공항공사가 국내 채권발행을 위한 전자입찰계획에서 밝힌 공사채의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한기평) 'AAA', 한국신용평가(한신평) 'AAA'였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제2 터미널 건설과 4단계 건설사업으로 자산이 꾸준히 늘어 자산 총계(이하 연결기준)가 2018년 말 12조 3612억 원, 2019년 말 12조 2613억 원, 지난해 6월 말 12조 387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에 부채 총계는 2018년 말 3조 5628억 원, 2019년 말 2조 9749억 원, 지난해 6월 말 3조 4753억 원으로 비교적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 총계를 자본 총계로 나눈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6월 말 39.0%를 기록하며 건전성 판단 기준인 200%를 크게 밑돌아 '양호'하다.

그러나,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안정성 지표'인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30.5%에 그치고 있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인천공항공사가 현재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인천공항공사의 유동자산은 2019년 말 7061억 원에서 지난해 6월 말 6393억 원으로 조금 줄었지만, 유동부채는 2019년 말 1조 2278억 원에서 지난해 6월 말 2조 94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의 비율) 역시 2018년 말 41.1%, 2019년 말 30.6%에서 지난해 6월 말 3.1%로 급락해 코로나19 피해가 막심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은 2018년 상반기 1조 3794억 원, 2019년 상반기 1조 4034억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8144억 원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영업이익은 2018년 상반기 6734억 원, 2019년 상반기 6577억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563억 원으로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018년 상반기 6157억 원, 2019년 상반기 4497억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252억 원으로 20분의 1로 감소 폭이 더 컸다.

업계는 인천공항공사의 올해 전체 매출액(예상)을 1조 3000억 원, 영업손실을 4000억 원 가량을 추정하면서 2003년 이후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천공항공사는 국고 지원 없이 수행하는 4단계 건설사업과 총 1조 6000억 원 규모의 공항 노후시설 개선공사를 위해 채권발행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면서도 4단계 건설사업에 정부 재정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는 현재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