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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첫 여성·아프리카 사무총장 앞길, 가시밭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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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첫 여성·아프리카 사무총장 앞길, 가시밭길인 이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동안 각축을 벌여왔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콘조이웨알라는 WTO가 차기 사무총장 추대를 위해 15일 개최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추대될 것이 확실시된다. WTO가 지난 1995년 설립된 이후 WTO 사무총장의 자리에 아프리카 출신이 오르는 것도, 여성이 오르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콘조이웨알라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의 개인적 배경 때문이 아니라 WTO를 둘러싼 흐름과 환경이 전과 같지 않아서다.

◇코로나발 국제 교역질서 변화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의 시대는 국제 교역질서가 크게 변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그동안 원활하게 가동됐던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 글로벌 교역질서의 재편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든 조 바이든 행정부든 관계없이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미국 제조업 지키기 정책을 우선시하는 미국을 위시해 공급망을 자국 내로 옮기려는 추세가 여러나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많은 회원국들이 자국 중심주의로 흐르는 것은 WTO의 역할과 위상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글로벌 패권을 놓고 싸워온 미국과 중국이 자국 중심주의에 입각해 경제 전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음에도 WTO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폴리티코는 “2년마다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가 올해 말 열리는데 이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차기 총장 입장에서는 자국 이기주의 발호에 코로나19 사태발 환경 변화까지 겹쳐 따로 돌아가는 국제 통상질서를 어떤 식으로든 추스르는 모습을, 글로벌 경제위기에 여러 회원국이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발등에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국제무역규칙 위반 논란과 WTO의 향배


올해말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WTO가 정한 국제 무역규칙을 지난 2018년 위반했는지를 이 회의에서 회원국간 토론을 통해 최종 결정하는 일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WTO 전문가 패널은 트럼프 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2018년 6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총 2500억달러(약 27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한 것은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정을 지난 2019년 9월 내린 바 있다.

당시 판정 결과를 미국은 수용하지 않았고 중국은 수용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고 현재 이 문제는 WTO의 최대 현안이 된 상황이다.

다가오는 WTO 각료회의에서 미국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경우 자국 이기주의에 입각해 통상정책을 밀어붙이는 나라가 확산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WTO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